야권은 2일 박근혜 대통령의 내각 개편을 ‘마이웨이’식 국정운영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였다. 대통령 의사를 분명하게 확인한 만큼 탄핵이나 하야 요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통령 2선 후퇴를 관철하겠다는 태세다. 그 전엔 개각이든, 청와대 비서진 개편이든 어떤 수습책에도 호응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만나 김병준 국무총리, 임종룡 경제부총리,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국회 인준 절차도 밟지 않겠다고 했다. 인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야3당의 의견이 일치된 건 일단 여기까지다. 향후 스텝을 놓고는 입장차가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박 대통령의 노림수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원들 간에 판단 차이가 있었다”며 “이번 개각으로 국정 운영 방향이 확실해진 만큼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고 했다. 또 “이런 사안은 장기전인데, 서둘러 대응 방침을 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동안 당 차원에서 자제해왔던 탄핵이나 하야 요구도 배제하지 않고 의견을 모아나가겠다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가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 메시지와 대권 후보 메시지를 분리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는 취지다.
민주당 내부에선 주류 비주류 할 것 없이 “지도부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지도부의 확실한 액션이 없을 경우 내홍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장외로 나가는 데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한 의원은 “모든 건 국회 안에서, 법 테두리 내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던 중 “대통령이 변명 같은 90초짜리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 정치 검사를 민정수석으로 앉혀놓더니 이제 ‘엿 먹으라’는 식으로 총리 인선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대통령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탄핵·하야 유발 개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 해임건의안 제출 문제도 논의됐다고 한다. 최순실씨 귀국 과정부터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CF감독 차은택씨 신병 확보에 이르기까지 검찰 수사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 탈당과 거국내각 구성을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결국 대통령은 사과하고 나도 수사를 받겠다며 용서를 빌 것”이라며 “탈당 후 거국내각 구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박 위원장의 구상은 박 대통령이 탈당하고 영수회담에서 추천한 총리를 임명하면 새 총리가 장관을 추천하는 것이다. 대통령을 2선 후퇴하게 할지언정 아예 국정에서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엿 먹으라式 총리 인선” 野 3당, 개각 철회 촉구
입력 2016-11-02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