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삥 뜯기’… 崔의 부정축재 파헤친다

입력 2016-11-02 18:07

검찰이 최순실(60)씨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는 별개로 대기업들에 거액의 자금을 뜯어낸 정황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국정을 농단할 만큼의 권력을 이용해 속칭 ‘대기업 삥 뜯기’로 부정축재를 한 의혹까지 수사 범위가 넓혀지는 양상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 측이 최씨와 딸 정유라(20·사진)씨가 독일에 설립한 스포츠 컨설팅업체 ‘비덱(Widec)스포츠’에 30억원대의 수상한 자금을 보낸 금융거래 기록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10월 비덱의 전신인 ‘코레(Core)스포츠’ 계좌로 280만 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돈은 국내 은행 지점에서 독일에 있는 국내 은행 법인으로 나갔다가 다시 여러 독일 은행에 개설된 코레스포츠 명의 계좌로 분산 예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모녀는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유한회사 설립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2만5000유로(약 3200만원)를 들여 코레스포츠를 인수했으며, 같은 해 11월 비덱스포츠로 명칭을 바꿨다. 비덱스포츠 대표에는 정씨의 현지 승마코치 크리스티안 캄플라데가 올라 있다. 코레스포츠 인수→삼성 송금→비덱스포츠로 사명 변경 등의 흐름이다. 비덱스포츠는 최씨가 한국에서 외화를 밀반출하기 위한 창구로 쓰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을 받아 왔다.

삼성은 코레스포츠와 명마 구입·관리, 현지 대회 참가 지원 등을 위한 10개월간 컨설팅 계약을 맺고 그 명목으로 돈을 보냈다고 한다.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유망주를 육성하는 사업에 지원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삼성이 보낸 돈은 10억원이 넘는 명마 ‘비타나V’ 구입에 쓰였는데, 실제 이 말을 타고 훈련한 사람은 정씨 한 명뿐이다. 정씨는 지난 8월 독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은 내 꿈이다. 아마 모든 승마하는 사람들의 꿈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씨가 독일 현지에서 3성급 호텔과 주택 등을 매입하는 데 삼성 자금이 섞여 들어갔을 개연성도 높다. 이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 관계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최씨 회사로 송금된) 돈이 협회 쪽으로 들어오거나 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나간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이 공식 루트를 거치지 않고 여러 단계를 거쳐 최씨 모녀의 독일 회사로 거액을 송금한 경위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에 대해서도 본격 조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마협회장으로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측은 “검찰 수사에서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이 부분 수사를 ‘주력군’라 할 수 있는 특수1부에 맡겼다. 이미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의 자금 흐름 내역 등을 넘겨받았다. 시중은행 8곳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최씨 관련 금융거래 내역 일체도 제출받았다. 이는 최씨가 권력을 남용해 다른 기업들로부터도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게 있는지 전반적으로 수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은 이미 최씨의 구속영장 범죄 사실에 롯데그룹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70억원을 추가로 받아냈다가 돌려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포함시켰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