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경제 위기 수준… 불확실성에 선제대응 할 것”

입력 2016-11-02 18:22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지훈 기자

‘안종범-최경환 라인’ 등 정치인 출신이 망가뜨린 한국 경제에 정통관료가 구원투수로 지명됐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2일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0년 공무원 경력의 ‘모피아’(재경부+마피아)다. 임 내정자 앞에는 부동산 등 단기 경기부양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체질 개선에 실패한 우리 경제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놓여 있다.

“위기 상황에 경제 사령탑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학자 출신 정치인이다. 직전 최경환 부총리 역시 ‘진박’ 정치인이었다. 이들과 호흡을 맞춘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의 부양책을 써 단기적인 성장률 방어에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뒀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비선실세’ 의혹 등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 가계부채 급증, 지지부진한 기업 구조조정 등 우리 경제의 곪았던 부분도 더 이상 놔둘 수 없게 됐다.

임 내정자는 현 정부 들어 가장 어려운 시기에 경제수장을 맡았다. 경제 상황뿐 아니라 김병준 총리 내정자와 패키지로 맞물려 국회 청문회 통과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임 내정자의 일성은 신뢰 회복이었다. 그는 내정 직후 “현 경제는 위기 수준”이라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결코 (경제) 성장을 위해서 부동산 투기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 경제팀과 달리 부동산을 불쏘시개로 한 경기부양과 거리를 두며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의중을 엿볼 수 있다.

임 내정자는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부터 2년간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시장을 경험하고 지난해 3월 금융위원장으로 관직에 복귀했다. 경제수장으로 정통관료가 임명된 것은 2009년 윤증현 재정경제부 장관 이후 7년 만이다. 관리형 경제부총리 임명 소식에 기획재정부 등 관가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레임덕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임 내정자처럼 관료 출신이 중용될 것이라는 기대도 일고 있다.

임 내정자는 그동안 맡은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능력은 인정받았다.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있어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갈 능력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시장이 원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경제는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카리스마”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