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창고 업주 곽모(55)씨는 지난 9월 30일 밀수업자인 중국인 이모(49·여)씨로부터 “고춧가루 컨테이너가 1대 들어오는데 이를 빼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씨가 말한 컨테이너에는 고춧가루 반죽이 담긴 20㎏짜리 박스가 1200개나 들어 있었다. 박스 윗부분 20% 정도는 ‘고추 다진 양념’이 깔려 있었다. 고춧가루에는 높은 관세가 적용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한 눈속임이다. 일명 ‘커텐치기’라고 불리는 수법이다.
컨테이너가 무사히 자신의 창고까지 도착하자 곽씨는 이미 수입신고를 마치고 보관하던 다른 다진 양념 컨테이너와 바꿔치기했다. 며칠 뒤 있을 수입신고 검사를 대비해서였다.
결국 다진 양념으로 수입신고를 한 곽씨는 1억6000만원 상당의 관세 차익을 남겼다. 국내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고춧가루에는 원가의 270%를 관세로 부과하지만 다진 양념에는 낮은 관세(원가의 45%)를 물리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곽씨가 빼돌린 고춧가루 반죽은 밀수업자 이씨의 조카사위가 운영하는 고춧가루 공장에 배달됐고 건조와 가공을 거쳐 시중에 유통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곽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중국산 고춧가루를 다진양념으로 속여 수입
입력 2016-11-02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