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수서∼동탄, 시속 300㎞로 15분 만에 도착… 승차감도 좋아

입력 2016-11-03 00:03
다음 달 개통하는 수서발 목포행 수도권고속철도(SRT) 7883호가 2일 오전 시운전에 앞서 수서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SRT는 목포까지 127분 만에 도착한다. 객실(작은 사진) 내 좌석은 앞뒤 간 거리가 KTX보다 넓어졌다. 국토교통부 제공

2일 오전 10시12분. 서울 강남구 수서역 플랫폼에 서 있던 목포행 7883 고속열차가 기관사 최창훈(38)씨의 손길이 닿자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차는 출발과 함께 곧바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서에서 동탄으로 이어지는 길이 52.3㎞의 율현터널은 300㎞/h 이상 달리는 고속철도 터널로는 세계 최장이다.

최씨는 “긴 터널을 처음 접했을 때는 갑갑했는데 이제는 편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일반열차를 몰던 최씨는 지난해 8월 SR로 이직했다. SR은 다음달 초 개통하는 수서발 수도권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회사다.

SR은 SRT 개통에 앞서 1일부터 한 달간 열차 내 시설과 안전, 서비스 등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영업시운전에 들어갔다.

개통에 앞서 SRT를 미리 타봤다. 요금은 KTX에 비해 평균 10% 저렴한데 승차감은 더 좋았다. 일반석의 앞뒤 좌석 간 거리는 960㎜로 KTX(930㎜)보다 넓어졌고 전원 코드도 있었다. 등받이도 일반석은 37도, 특실은 41도나 젖혀졌다. 화장실은 남녀를 구분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객차도 별도로 마련했다.

접근성도 좋았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분당선의 수서역과 지하 통로로 연결된다. 특히 서울역과 거리가 먼 서울 강남·강동 지역과 수도권 동남부 지역 주민들의 열차 이용이 용이해졌다.

SRT의 또 다른 강점은 속도였다.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KTX의 경우 서울역에서 부산까지 141분, 용산역에서 목포까지는 134분 걸린다. SRT는 부산과 목포까지 각각 133분, 127분 걸린다. 수서∼평택 구간 고속철도를 신설했고 거리를 줄였기 때문이다. 7883호 열차는 출발한 지 15분 만에 국내 최초로 지하에 건설한 고속철도역인 동탄역에 도착했다. 정상 운행하면 13분 걸린다. 수서에서 32.4㎞ 떨어진 동탄역까지 차량으로는 45분 걸린다. SR은 부산행 경부선과 목포행 호남선을 하루 왕복 각각 40회, 20회 운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KTX 승객 30%가 SRT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SR 관계자는 “경쟁구도는 국민의 사용 혜택을 늘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점도 노출했다. SRT 개통으로 수서역 인근 지역은 유동인구 1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따른 준비는 없었다. 수서역 앞은 판교 등 경기 동남부 지역과 강남을 연결하는 도로가 지나고 있다. 바로 옆엔 대형마트도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분리 개발 중인 세곡지구와도 맞닿아있다. SR은 교통 정체를 우려해 왕복 10차선으로 넓혔다고 했지만 수서역 앞 양방향으로 약 500m 구간뿐이었다. 이날 오전 출근 시간에도 수서역 인근 도로는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김지영(40·여)씨는 “걸어서 20분 거리가 차를 타면 40분 걸린다. 출퇴근 시간은 물론 평일 낮에도 막히는 곳”이라며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