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나집 라작 총리의 방중에 맞춰 중국에서 해군 초계함 4척을 구매하고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의 중심축이 급격히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집 총리는 1일 베이징에서 리커창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가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라면서 “말레이시아는 아세안과 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도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좋은 이웃”이라면서 “중국은 말레이시아와 협력, 개발, 번영을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중국이 건조한 해군 초계함 2척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말레이시아에서 중국 지원을 받아 건조하는 방식으로 국방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주로 미국에 의존하던 말레이시아가 중국 무기를 구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양국은 또 고속철도 건설 등 130억 달러(약 14조9300억원) 규모의 경제 협력에 합의했다.
나집 총리는 경제개발을 위한 국부펀드 ‘1MDB’의 자금 수십억 달러를 측근들과 함께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미국 법무부가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 말레이시아가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에서 벗어나 중국에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 ‘전략적 실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필리핀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후 원미친중(遠美親中·미국을 멀리하고 중국을 가까이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두테르테의 마약사범 소탕 작전에 대한 미국의 인권 문제 제기 이후 급속도로 미국과 멀어졌다. 두테르테는 지난달 방중 당시 240억 달러(약 27조5000억원)의 대규모 경제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比 이어 말레이시아… 아세안의 ‘遠美親中’
입력 2016-11-02 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