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의 표정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내내 여유로웠다. 경기를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만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힐 때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한국시리즈의 중압감에 짓눌려 굳은 표정으로 기자들을 만난 그동안의 감독들과 다른 모습이다.
한국시리즈는 정규리그와 다르게 7전 4선승제로 챔피언을 가리는 단기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6개월의 대장정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1주일이다. 정규리그 내내 잘해도 한국시리즈에서 긴장감을 늦추면 우승을 놓칠 수 있다.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가 그랬다. 김 감독의 느긋한 표정은 한국시리즈에서 낯선 풍경일 수밖에 없다.
자신감이 안긴 여유다. 두산은 마운드부터 타선까지 빈틈이 없는 절대 강자다. 이미 정규리그에서 검증을 끝낸 선발진 ‘판타스틱4(더스틴 니퍼트-장원준-마이클 보우덴-유희관)’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정규리그에서 70승을 합작한 이 선발진은 한국시리즈 시작부터 연승을 이끌었다. 유일한 약점으로 지목됐던 불펜은 8이닝 안팎을 책임진 선발진의 역투로 힘을 덜었다. 불펜은 남은 1이닝 안팎을 든든하게 지켜 선발진의 호투를 이어갔다.
타선은 상하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하위타선은 정규리그보다 한국시리즈에서 더 강해졌다.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8번 타자로 연달아 출전한 허경민은 팀 내 최다 안타(13개) 최고 타점(3점) 최고 타율(0.385)을 휩쓸었다. 5번과 7번 타순을 번갈아 맡은 닉 에반스(4안타·타율 0.365)와 양의지(4안타·타율 0.333)는 안타와 타율 2∼3위다. 클린업트리오보다 기여도가 높다.
그렇다고 해서 상위타선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 4번 타자 김재환은 2, 3차전에서 모두 결승 홈런을 때려 클러치히터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외야 담장을 넘긴 타자는 두 팀을 통틀어 김재환뿐이었다. 3할대 타율(0.333)을 유지하면서 한방까지 터뜨린 승리의 선봉장이다. 테이블세터 박건우(2안타) 오재원(3안타)이 다소 부진하지만 김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우리 타선은 상하위의 구분이 없다”며 “박건우와 오재원도 자신감을 갖고 타격하면 기록이 상승한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C의 상황은 반대다. 하위타선도 터진 두산과 다르게 NC는 중심타선조차 힘을 쓰지 못한다. 두산 선발진 판타스틱4의 강력한 방패를 뚫을 창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심타선 ‘나테이박(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박석민)’은 전멸 수준이다. 11타수 2안타(타율 0.182)를 작성한 나성범의 성적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할 정도다. 테임즈와 이호준은 3경기에서 고작 1안타씩 만을 기록했다. 박석민은 10타수 무안타다.
NC의 한국시리즈 선발 타순에서 2할대 이상의 타율을 보유한 타자는 이종욱(0.333)과 손시헌(0.286)뿐이다. 테임즈의 타율(0.083)은 1할도 넘지 않는다. 홈런 한방을 노리고 휘두른 방망이가 번번이 헛돌아 팀 내 최다 삼진(4회)만 쌓았다.
마운드는 회생불능 상태다. ‘원투펀치’ 재크 스튜어트와 에릭 해커는 일찌감치 모두 무너졌다. 대안을 찾지 못한 NC 김경문 감독은 1차전에서 패전했던 스튜어트를 4차전에서 다시 투입했다. 김경문 감독의 표정은 김태형 감독과는 반대로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는 지금까지 리버스스윕(시리즈 패배 직전에 승부 뒤집기)을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초반 3연승을 질주한 팀은 예외없이 우승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모두 승리한 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이미 우승 확률을 100%로 만들었다.
한국시리즈 초반 3연승 팀의 우승은 지난해까지 모두 9차례였다. 그 중 4전 전승으로 우승한 사례는 6차례였다. KIA의 전신 해태 타이거즈는 1983년과 1998년, 넥센 히어로즈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는 2000년 한국시리즈에서 매직넘버(우승까지 남은 승수)를 ‘1’로 만들고 스윕하지 못했지만 우승을 놓치지는 않았다.
마산=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두산 하위타선 터지니 웃음 터지고… NC 중심타선 안터지니 속 터진다
입력 2016-11-02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