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24개의 노래로 이뤄진 대표적인 연가곡이다. 연가곡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완결적 구성체를 가진 가곡 모음을 가리킨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1827년 작곡한 이 작품은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의 시를 텍스트로 삼았다.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 청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뮐러의 또다른 시를 바탕으로 1823년 작곡한 연가곡 ‘아름다운 물레방앗간 아가씨’가 청춘의 서정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마도 ‘겨울 나그네’를 완성한 후 1년도 채 안돼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나는 슈베르트가 자신의 삶을 예감한 듯하다.
‘겨울 나그네’는 음악 교과서에 5번째 노래인 ‘보리수’가 실린 덕분인지 일반인에게도 꽤 친숙한 편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 전국 공연장마다 ‘겨울 나그네’를 올리는 게 유행이 됐다.
올해도 11∼12월에 전국 공연장에서 ‘겨울 나그네’가 관객을 찾아간다. 우선 미성의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가 8일 천안예술의전당 대공연장, 9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무대에 선다. 영국 출신의 보스트리지는 독일 가곡, 특히 슈베르트 가곡 스페셜리스트로 정평이 나 있다. 2004년 첫 내한 이후 2년에 1번꼴로 한국에서 초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독일 가곡의 지존으로 불리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는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24일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현대 미술작가 윌리엄 켄트리지의 영상을 배경으로 노래를 들려준다. 지난 2014년 프랑스 악상 프로방스에서 제작된 것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거쳐 비엔나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힌터호이저가 함께 한다.
독일 가곡의 맥을 잇는 바리톤 토마스 바우어는 12월 2일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을 찾는다. 가곡 콘서트 성악가 못지 않게 반주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바우어와 자주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요스 판 이메르세일이 함께 무대에 설 예정이다. 벨기에 출신 이메르세일은 원전연주 단체 아니나 에테르마를 이끄는 한편 피아노, 오르간, 쳄발로 등 다양한 건반악기에 정평이 나 있다.
한국 테너 김세일도 12월 27일 서울 JCC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함께 공연을 한다. 김세일은 국내 테너로는 드물게 국내외 오라토리오와 예술가곡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선우예권과 ‘겨울나그네’로 처음 호흡을 맞춰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늦가을 ‘겨울나그네’가 온다
입력 2016-11-03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