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가 뒤늦게 터진 중심타자들의 불방망이 활약에 힘입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2016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제 우승의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최종 7차전이 끝나봐야 승자를 알 수 있다. 오직 한 팀만이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저주를 깨고 우승컵을 차지한다.
컵스는 월드시리즈 4차전까지 1승 3패로 시리즈 탈락 위기에 처했다. 108년 만에 우승컵을 가져갈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눈앞에서 놓치는 듯 보였다. 그동안 컵스는 메이저리그 최정상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고자 거금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7월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무리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하는 강수까지 뒀다. 그런데 월드시리즈가 시작되자 타선에 문제가 감지됐다. 화끈한 공격력을 내뿜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차갑게 식어버렸다.
2일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6차전. 기다리고 기다리던 컵스 ‘풋내기’들의 방망이에 마침내 불이 붙었다. 중심타선에서 나온 홈런포 세 방으로 클리블랜드를 9대 3으로 완전 제압했다. 컵스는 5차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시리즈 전적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다.
컵스는 이날 크리스 브라이언트(3루수)-앤서니 리조(1루수)-벤 조브리스트(좌익수)-애디슨 러셀(유격수) 순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중심타선을 가동했다. 동시에 타격감이 되살아난 덕분에 폭발력도 배가 됐다. 이들은 컵스의 전체 13안타 중 11안타를 합작하며 클리블랜드 마운드를 거세게 두들겼다.
1회부터 화끈한 공격이 펼쳐졌다. 3번 타자 브라이언트가 솔로포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리조와 조브리스트가 연속 안타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6번 타자 러셀은 싹쓸이 적시타로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러셀은 3회 다시 들어선 타석에서 대형사고를 냈다. 카일 슈와버의 볼넷과 리조, 조브리스트의 연속 안타로 만루 기회가 오자 지체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컵스는 러셀의 그랜드슬램으로 순식간에 7-0까지 달아났다. 경기 초반부터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컵스는 4회와 5회에 거쳐 클리블랜드에 2점을 내줬다. 하지만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리조가 9회 투런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클리블랜드는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1점을 따라붙었으나 점수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브라이언트와 리조는 홈런 1개씩을 포함해 각각 4안타, 3안타 경기를 펼쳤다. 조브리스트와 러셀은 2안타씩을 기록했다. 컵스가 기록한 9개의 타점은 모두 중심타선에서 나왔고, 러셀이 혼자서 6타점을 쓸어 담았다. 브라이언트는 5차전까지 타율 0.118, 러셀은 0.211에 그쳤기에 이날 활약은 더 의미가 컸다.
컵스 중심타선에 남겨진 마지막 과제는 7차전 선발투수 코리 클루버를 공략하는 것이다. 클루버는 시리즈 1, 4차전에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클리블랜드 마운드를 홀로 지켜내고 있다. 컵스 타선을 상대로 평균자책점 0.75에 1실점을 기록했다.
월드시리즈 7차전은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컵스는 되살아난 타선에 선발투수 카일 헨드릭스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시리즈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러셀, 만루포… ‘저주 풀기’는 11월 3일 7차전서 결판난다
입력 2016-11-02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