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서 배우로… 이준·진영, 왠지 너무 닮은 능력자들

입력 2016-11-04 00:01

연기하는 아이돌은 많다. 진정한 ‘연기돌’로 인정받는 게 어려울 뿐이다. 평가의 잣대부터 매섭고 날카롭다. 세인들의 짙은 색안경을 거둬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실력밖에 없다. 이준(본명 이창선·28·왼쪽 사진)과 진영(본명 정진영·25·오른쪽)은 당당히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아이돌 멤버로 시작했지만 그 흔한 연기력 논란 한 번 겪지 않았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각각 따로 만난 두 사람은 왠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는 듯했다.

이준, 엠블랙 떠나 배우로 날아올라

이준은 요즘 바빠도 힘이 난다. 영화 ‘럭키’ 흥행세가 좀처럼 멈출 줄 모른다. 개봉 3주 만에 580만명을 동원했다. 그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들어 신기하고 감사하다”고 얼떨떨해했다.

극 중 킬러(유해진)와 뒤바뀐 삶을 살게 되는 무명배우 재성 역을 맡은 이준은 폭넓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지만 다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정말 목숨 걸고 찍었다”고 말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를 향한 걱정보다는 ‘오늘만 잘 넘기자’는 생각으로 산다. 단, 연기에서만큼은 예외다. 이준은 “제 연기에 대해 많이 돌아보는 편”이라며 “(그래서) 슬럼프도 굉장히 많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온다”고 털어놨다.

최근 가장 큰 스트레스는 “대본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 출연 중인 그는 생소한 변호사 역할을 소화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강행군에도 그가 캐릭터 연구에 매달리는 이유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를 꿈꿨던 이준은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2009)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룹 엠블랙 멤버로 활동하면서도 영화 ‘배우는 배우다’(2013), 드라마 ‘갑동이’(2014)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2014년 10월 그는 팀을 탈퇴하고 배우로 전향했다.

“엄청나게 큰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제가 하던 거, 잘 할 수 있는 걸 계속 한 거죠.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음가짐은 똑같은 것 같아요.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기긴 했지만요.”

아이돌 출신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다. 이준은 “지금까지 제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아이돌 이미지를) 굳이 깨야한다는 생각은 없다”며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했다.

그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연기 칭찬을 받을 때다. “호평을 들으면 날아다녀요. 그것만큼 힘이 되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의 목표도 소박하다. “천천히 가고 싶어요. ‘굵고 길게’보다는 ‘가늘고 길게’ 가려고요.”

진영, B1A4 활동도 연기도 열심히

진영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처음 도전한 사극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의 꽃선비 김윤성을 보고 ‘B1A4의 진영’을 떠올린 이는 많지 않았다. 대다수가 ‘유망한 신인배우가 나왔으려니’ 했을 테다.

“솔직히 겁이 났던 작품이에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막상 이렇게들 좋게 봐주시니까 너무 신기해요.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웃음). 보람차고 행복하네요.”

극 중 영(박보검)과 라온(김유정)의 애틋한 사랑 뒤에는 윤성의 희생이 있었다. 짝사랑하는 여인을 포기해야 하는 인물의 심정을 진영은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했다. 특히 죽어가는 와중에 라온을 향해 끝까지 미소를 보인 건 그의 아이디어였다. “윤성이라면 그럴 것 같았어요. 배려심이 많은 친구니까. 라온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던 진영의 원래 꿈은 연예인이었다. 일단 연기에 도전했다. 지방에 살았던 그는 고1 때 홀로 상경해 연기학원을 다니며 단역 생활을 시작했다. 꾸준히 진학 준비를 하다 청주대 연극영화과에 수시 합격했다.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면서 2011년 B1A4로 데뷔하게 됐다. 팀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진영은 작사·작곡으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팔방미남이라는 말이 딱 맞다. 드라마를 끝내자마자 앨범 준비에 뛰어들었다. 그는 “팬들을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미안하다”며 “올해 안에 꼭 새 앨범을 발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진영은 한사코 “힘들지 않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들을 하는 거니까 행복해요. 잠을 좀 못 자더라도 그건 제가 줄이면 되는 거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복이죠.”

말을 돌리고 돌려 몇 번을 되물어도 답은 같았다. 진영은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더라도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으니 괜찮다. (지친) 몸은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지 않나”라며 웃었다. 팬들이 붙여준 ‘긍정보이’라는 별명이 더없이 적절했다.

‘꿈을 이루었네요.’ 그의 말간 얼굴을 바라보다 문득 건넨 말. 그는 곧바로 대답했다. “아직 멀었죠. 이제 진짜 시작이라고 봅니다. 음악이든 연기든, 할 수 있는 걸 더 많이 해보려고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