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판도를 일거에 혼돈으로 몰아넣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이중잣대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FBI는 1일(현지시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2001년 ‘사면 스캔들’ 수사기록까지 공개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한 자료가 잇따라 공개되고 지지율까지 역전되면서 대선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선거를 딱 1주일 남겨둔 1일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막판 총공세를 펼쳤다.
◇FBI의 이중잣대=FBI는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사면 스캔들 수사기록을 공개했다. 사면 스캔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 조세포탈 혐의 등 각종 비리로 외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미국의 억만장자 마크 리치를 사면했다가 퇴임 후 수사를 받은 사건이다. 이후 리치의 전 부인 데니스 리치가 클린턴도서관과 힐러리 클린턴의 상원의원 선거캠프에 후원금을 낸 사실이 드러나 법무부가 수사에 착수했으나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FBI는 수사기록 공개 이유를 묻는 미 언론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FBI는 지난달 국토안보부 등 정보기관들이 민주당 이메일 해킹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코미 국장의 반대로 성명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대선이 가까워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을 살 수 있다’는 게 코미의 입장이었다고 한다. FBI는 또 트럼프의 전 선대본부장 폴 매너포트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결탁한 의혹이 드러났을 때도 같은 이유로 수사를 반대했다.
◇클린턴 “트럼프는 여성 비하” vs 트럼프 “오바마케어 폐기”=클린턴은 이날 유세에서 FBI 재수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대신 트럼프의 여성 비하 등 과거 막말을 집중적으로 상기시켰다. 클린턴은 플로리다주 샌포드 유세에서 “트럼프는 여성을 비하하고 전사자 유족을 폄하하고 연방판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공격했다. 미스유니버스 출신 알리시아 마차도는 지지 연설에서 “유니버스가 된 이후 살이 쪘다는 이유로 트럼프로부터 돼지라 불렸다”며 “그가 무서웠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유세를 갖고 “의회가 임시 회의를 열어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거나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는 걸 의식한 발언이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는 “오바마케어를 폐기하지 않으면 내년 건강보험료가 평균 25% 오를 것”이라며 “오바마케어는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와 갈등을 빚어온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조기투표에 참여해 “모든 공화당 후보에 표를 던졌다”고 말해 트럼프에 투표한 사실을 시인했다.
◇지지율 역전됐지만 선거인단은 힐러리 여전히 앞서=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1일 발표한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가 46%로 클린턴(45%)을 앞섰지만 선거인단 예측조사에서는 클린턴이 승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ABC에 따르면 이날 현재 클린턴은 279명, 트럼프는 18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트럼프가 경합주 5곳의 79명을 확보해도 역전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대선 족집게로 불리는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이날 클린턴이 3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트럼프(206명)를 크게 이길 것으로 예측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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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03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