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았으나 수술을 받지 못해 2세 소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체계적이지 못한 국내 응급의료시스템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빠른 치료와 수술이 시행됐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제는 지역 시군구에 응급수술을 받을 수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술실은 1만240병상(9590병실)이 운영 중이다. 요양기관종별로는 43개 상급종합병원이 941병상으로 1개소 당 21.88병상을 보유해 가장 많았다. 종합병원(296개) 1개소 당 5.66병상, 병원(951개) 1개소 당 2.54병상, 의원(4261개) 1.19병상이었다.
수술실이 없는 곳은 8개 시군구(경기 부천시 소사구·오정구·원미구, 강원 화천군, 충북 청원군, 전북 무주군·장수군, 경북 영양군 등)다. 일부 지역은 수술을 받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또 상태가 심각한 환자를 다루는 집중치료실은 2016년 8월말 기준 상급종합병원 43개소, 종합병원 252개소, 병원 47개소, 요양병원 3개소에서만 성인·소아중환자실 또는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갖추고 있다. 이 마저도 수도권에 편중돼 지방의 경우 응급환자 접근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응급환자의 의료접근성 강화를 위해 권역응급센터, 권역외상센터, 소아응급전문센터, 닥터헬기 배치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개별 병원들은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의 지원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보건복지부는 소아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했단 이유로, 지난달 20일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에 대해 각각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을지대병원에 대해서는 당시 병원의 응급수술 진행과 정확한 환자상태를 전달받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해 권역외상센터 지정취소를 유예했다. 다만 병원 자체 개선노력을 평가해 6개월 뒤에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중앙응급의료위원회는 “당시 다른 수술 때문에 해당 소아환자 수술이 어렵다고 해명한 전북대병원에 대해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국가의 응급의료시스템 개선 측면이 아닌 개별 병원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부가 해당 병원에 대한 지정 취소에 따른 응급의료 공백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문제가 불거지자 서둘러 취소를 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외상환자 예방가능 외상사망률을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20%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로 2017년까지 연차별로 총 17개 권역외상센터를 전국에 균형 배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남대병원의 이번 지정취소로 광주지역의 공백은 불가피하게 됐다. 또한 권역외상센터 설치를 위해 투입된 정부예산은 이번 취소로 허공에 날린 셈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무조건 지정을 취소한다면 의료기관으로서는 참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제대로 된 지원과 계획 없이 병원의 희생만 강요한다면 의도했던 역할은 하지 못하고, 병원과 정부에 부담만 주는 센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제 구실 못했다지만… 정부 비상진료체계 개선 나서
입력 2016-11-06 19:04 수정 2016-11-07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