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성인병, 거의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교과서를 들춰 보면 비만이든,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이든 그 원인에 대한 설명은 “잘 모른다” 혹은 “다양하다”이다. 맞는 말이다. 뚜렷한 원인이 확인 가능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 대부분은 모르는 것이다.
여기서 시각을 조금만 돌려보면, 원인은 모르지만 이렇게 된 현상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해진다. 비만이 사회의 보편적 문제가 된 시점, 돌이켜 보면 산업혁명과 그 시기가 일치한다.
먹거리가 풍부해진 것이다. 단순히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맛도 좋아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우리 몸의 위장관은 단순히 필요한 에너지를 흡수하는 통로가 아니다. 적절한 영양분이 적절한 위치에서 흡수되면서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해 건강이 최적상태로 유지되도록 하는 가장 큰 내분비 기관이다.
정제가 덜 된 거친 음식(예를 들어 현미)은 위장관 전체에 걸쳐 골고루 영양분이 흡수되는 반면, 잘 빻아진 음식(예를 들어 백미)은 주로 상부에서만 영양흡수가 이루어지고 하부는 그냥 찌꺼기의 통로 역할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우리 몸에 균형을 유지해주는 호르몬의 불균형이 초래되고, 지속되면 비만을 비롯한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 발병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현대 당뇨 치료의 핵심은 이 호르몬(일명 인크레틴)의 분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약제가 개발되어 환자에게 적용되고 있다.
위장관 환경이 바뀜에 따라 체중이 줄고 성인병이 개선된다는 사실은 일찍이 1950년대부터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으며 결코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특히 1990년대를 거치면서 이를 증명할 만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축적됐다. 이제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견이 없는 상태다.
최근에는 이와 더불어 위장관 내 특정유산균이 비만과 관련이 있으며, 위장관 환경 변화를 통해 이를 개선하면 비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보고되고 있다.
한창 “구석기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었다. 결코 현실적이지도 따라서 적절하지도 못한 비만 해결 방안이다. 그러나 출발선상에서 보면 위장관이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호르몬 분비 기관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비만의 원인을 이야기 하면서 조금은 생소한 내용으로 시작했다. 비만은 단순히 에너지 섭취의 과잉이나 소비의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다. 유전적 요인, 사회 발달에 따른 환경 문제, 정신적 요인, 및 신체 질병이나 약물 등 다양한 원인이 비만과 관련이 있으며, 이를 결코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김용진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교수
[진료실에서] 비만… 그 누구도 알수 없는 비밀
입력 2016-11-06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