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물, 클라우드로 이동하며 저작권자가 통제권 갖게 돼”

입력 2016-11-02 17:39
세계적인 석학 데이비드 니머 미국 UCLA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서울 저작권 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니머 교수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저작권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저작권법 개정이 나라마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서영희 기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제4차 산업혁명 준비가 한창이다. 이에 따라 사물인터넷,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저작권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11월 첫째 주를 ‘2016 저작권 열린 주간’으로 정하고, 다가오는 미래의 저작권 보호방안과 국내 저작권 법제도 대응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1일 서울 저작권 포럼을 시작으로 2일 국제 저작권 콘퍼런스, 3일 공유저작물 창조자원화 국제 콘퍼런스에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저작권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데이비드 니머(61) 미국 UCLA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행사차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유명 로펌 이렐&마넬라의 고문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저작권 전문가였던 아버지와 함께 저작권에 대한 포괄적 해설서 ‘니머 온 카피라이트(Nimmer on Copyright)’를 저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일 서울 서초구 JW매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서울 저작권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미래 저작권 환경 하에서의 저작권 진로 모색’이란 주제의 발표를 했다. 주로 클라우드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저작권 환경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클라우드란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콘텐츠를 인터넷상에 있는 가상공간에 저장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콘텐츠의 각종 이용기록을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의 거래 방식이 기존의 판매에서 대여 형태로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진다.

포럼이 끝난 뒤 만난 니머 교수는 “최근 각종 저작물들이 클라우드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의 사용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면서 “저작물의 사용자에 따라 다른 요금을 부여할 수도 있고 저작물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작권은 예술가 등 저작권자들이 시간을 들여 창조적인 활동을 한 것에 대해 보상해 주는 게 목표다. 그런데 저작권 환경의 변화로 그동안 저작권자를 대신했던 중재자의 역할이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중재자로 음반사의 사례를 들었다. 50년 전만 하더라도 뮤지션은 음반사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 알릴 수 있었다. 음반사는 뮤지션을 대신해 홍보와 유통, 마케팅 등 전체를 도맡아 한 뒤 수익을 나눴다. 하지만 이제 뮤지션은 인터넷 기술 덕분에 음반사 없이도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음반사들은 디지털 음원 시장에 밀려 급격하게 위축된 상황으로 기존 비즈니스 모델로는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그는 “100년전 녹음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 음반사들은 라이브 음악이 아니라 녹음한 음악에는 저작권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저작권을 지키는 게 자신들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엔 저작권의 막강한 수호자가 됐다”면서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도 처음에는 저작권을 등한시해서 각종 콘텐츠의 해적질도 많이 했다. 하지만 저작권을 지키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혁신적인 기술 변화에 맞춰 저작권법의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직 세계적으로 저작권법이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는 “변화된 저작권환경에 맞는 법률을 제정한 후 모든 이해 당사자들에게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음악 분야만 보더라도 작곡가 등 저작권자보다는 음원을 스트리밍하는 애플 구글 등 인터넷 기반 유통업체가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문제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인터넷 기술 업체가 새로운 수익모델로 돈을 벌고 있다. 하지만 로열티의 많은 부분이 아티스트에게 가고, 기술적인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부수적인 이익을 받아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서 각종 콘텐츠를 무료로 소비해온 사람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그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콘텐츠 역시 비용을 치러야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인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