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독으로 분단돼 있던 독일과 통일 독일 시대를 현지에서 지켜본, 한국인 목회자가 편역한 ‘독일 통일과 교회’에 대한 이야기다. 통독 과정에서 나타난 교회의 역할을 시기별로 들여다볼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통일을 앞두고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통일 이전의 동·서독교회와 기독인들의 활동상이 눈에 띈다. 분단 시절, 동독교회는 서독 교회들과 공동체성을 유지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 내 여러 활동을 민주적으로 운영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배울 수 없는 민주 절차를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장소가 교회였다. 다시 말해 동독교회는 민주화된 서독사회 체제를 ‘예행 연습’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저자는 당시 동독교회에 대해 “독일 통일의 문을 연 것은 교회였고, 기독교인들의 신앙이었다”면서 “이러한 ‘질적인 소수’가 독일의 변혁과 통일을 열었다”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분단 시대, 동·서독 교회의 또 다른 역할은 수십 년 동안 ‘인권 변호사’ 역할을 자처했다는 것. 교회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 정치적 박해자, 병역 거부자들을 보듬었다. 저자는 “어떤 종류의 정치적인 강요와 억압이 있더라도 교회는 계속 대항하면서 인권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 교회들은 동독의 멸망을 예견하지도 못했고, 통일을 의도적으로 앞당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동·서독 양쪽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역할은 교회가 담당했다고 저자 권오성 목사는 자신있게 말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인 그는 교단 총회 선교사업국 간사와 독일 헤센나사우총회 선교와에큐메니컬국 선교동역자(1988∼199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대통령 통일고문 등을 역임했다. 남북 평화와 통일에 관심이 있고 관련 사역을 준비 중인 이들이라면 한번쯤 펼쳐볼 만하다.
박재찬 기자
동·서독 교회는 어떻게 통일의 마중물 되었나
입력 2016-11-02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