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 틀에서 범죄에 대응하는 방식은 늘 처벌 강화로 결말을 맺는다. 흉악한 범죄가 발생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 정치가들과 전문가들은 더욱 강력한 처벌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 외에는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다. 처벌 강화로 범죄율이나 재범률이 낮아졌다면 상관없겠지만 미국의 경우 교도소 수용자 인구는 전혀 줄지 않는다.
이른바 ‘회복적 정의’나 ‘회복적 사법’이 철학과 신학이라면, ‘평화 서클(서클)’은 그 방법론에 해당된다. 이 책은 서클을 어떻게 일반 사법적 틀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제안한다. 서클이란 공동체가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면서 공동선을 향한 의견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마치 가족이나 친구들이 식탁이나 모닥불 주위에 모여 앉아 이야기 하듯 서클 속에서 대화와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서클은 1991년 캐나다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서클 시범 사업이 출발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서클이 정식 사법 절차의 일부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서클에서 내려진 의사 결정을 바탕으로 판사가 최종 판결을 내리면 가해자는 정식 재판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과를 갖게 된다고 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서클은 치유에 초점을 맞춘다. 벌을 내리는 것보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치중한다. 서클 안에서는 아픈 상처와 살아온 발자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치유가 이루어지고 각자 가진 변화의 잠재력도 동시에 나타난다.
서클은 피해자의 상처를 회복하는 정의 제시에 주안점을 둔다. 해를 입은 것은 피해자이기에 피해자와 피해자의 요구가 주요 관심사가 된다. 서클은 피해자의 참여를 필요로 하며 피해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서클에는 피해자와 함께 영향을 받은 모든 사람들도 초대된다. 그래야만 범죄를 둘러싸고 불거지는 다양한 요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모여 앉아 이야기 하듯 대화·합의로 분쟁 해결
입력 2016-11-02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