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잠룡들 “지도부 사퇴→ 재창당”

입력 2016-11-02 00:03
여권 잠룡들이 1일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관련해 긴급 회동을 갖고 “재창당의 길로 가야 한다”며 새누리당 지도부 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5명은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15분 정도 만난 뒤 이같이 밝혔다. 여권의 대권주자들이 지도부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이정현 대표 체제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오 전 시장은 “(재창당을 위한) 첫걸음은 현 지도부의 사퇴”라며 이날 회동에서 모아진 의견을 전했다. 또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된 데 대해 엄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들은 조만간 열리는 의원총회 이후에도 당 지도부의 ‘버티기’가 계속될 경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 시장은 “앞으로 더 자주 만나서 이 국가적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의견 수렴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했다.

남 지사는 “당과 우리가 사과를 먼저 하자는 것과 재창당을 하자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위기 탈출의 선결 조건은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진상 규명”이라며 “1976년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는 당시 일본 정계 최대 파벌이자 실권자였던 다나카 전 총리를 ‘록히드사건’의 배후로 지목해 체포·구속했다”고 했다. 김문수 전 지사도 “이번 사태가 한 점 의혹 없이 조속히 밝혀지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비주류 최대 주주로서 사태 수습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회동 후 김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표는 오전에 국회에서 열린 ‘격차 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 세미나에서 “정권 창출에 일익을 담당했던 저로선 큰 충격과 함께 매우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선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그런 위치에서 자극적인 말로 여당을 공격하고 정권을 너무 과하게 공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도 했다.

원 지사는 도정에 전념해야 하는 도지사가 당 현안에 관여한다는 지적과 관련, “도지사는 (새누리당의) 당연직 전국위원”이라며 “사실상 통치불능(상황)이 왔는데 자기 일만 하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하다”고 했다.

앞서 이들은 전화통화를 주고받으며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에 당초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유승민 의원은 불참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