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씨를 중심으로 뭉쳐 각종 이권에 개입해 왔던 이른바 ‘최순실 라인’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와 최씨 회사에서 일한 측근 가운데 검찰 수사에 협조하거나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놓으며 등을 돌리는 이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 측근의 내부고발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씨가 언론을 통해 밝힌 “회장(최순실씨)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걸 좋아한다”는 발언은 결정타였다. 고씨는 검찰 조사에도 비교적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각종 의혹에 관련된 핵심이고, 여러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구속되지 않은 건 이 때문으로 보인다.
최씨 소유 회사 더블루케이 조모(57) 전 대표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도 최씨를 궁지로 몰고 있다. 지난 1∼3월 더블루케이에서 근무한 조 전 대표는 30일 최씨가 기업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보여주기 위해 최씨와 주고받은 통화·문자 내역 등을 공개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최씨를 위해 일한 ‘부역자’로 불리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차명 휴대전화로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추가로 폭로하기도 했다. 충실하게 청와대와 손발을 맞춰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을 안 전 수석이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1일 전해졌다. “두 재단의 기금 모금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온 안 전 수석과 최씨는 더욱 곤궁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입 여는 고영태·이승철… ‘최순실 라인’ 무너진다
입력 2016-11-02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