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뿌리는 식물의 ‘머리’일까. 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햇빛이 식물 줄기를 거쳐 뿌리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대 자연과학대 박충모(사진) 교수팀은 광화학 및 분자생물학적 연구 기술을 융합해 식물의 잎에서 흡수된 빛이 광섬유와 비슷한 물리적 구조를 가진 관다발을 통해 뿌리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1일 밝혔다.
이제까지 식물의 뿌리는 땅속에서 양분을 흡수하고 식물체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왔다. 특히 빛은 땅 표면에만 영향을 미치고, 지하에 있는 뿌리는 빛을 인식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박 교수팀은 줄기를 거쳐 전달된 빛이 뿌리에 존재하는 ‘피토크롬’ 광수용체를 통해 인식된 후 HY5 전사인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피토크롬은 눈 망막에 있는 로돕신 광수용체와 비슷한 방법으로 빛을 인지한다. 빛 신호에 의해 활성화된 HY5 전사인자는 다양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촉진해 뿌리 형태와 생장을 조절한다.
이번 연구는 뿌리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찰스 다윈의 ‘루트 브레인(Root-Brain)’ 가설도 뒷받침한다. 다윈은 하등동물의 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구조가 뿌리에 존재한다는 해당 가설을 제시했었다. 이번 연구는 생산성이 향상된 농작물 신품종 개발 연구에 응용 가능하다. 사이언스 시그널링 11월호에 게재된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햇빛, 식물 줄기 거쳐 뿌리까지 전달”… 서울대 박충모 교수팀 확인
입력 2016-11-02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