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아파트단지서 길 잃지 마세요!

입력 2016-11-01 21:35
신길4동 기억키움 둘레길.

헷갈리기 쉬운 아파트 출입구에는 이름을 붙여 이정표를 달고 층마다 눈에 띄는 색깔로 커다란 숫자를 써서 층수 구분이 쉽도록 했다. 썰렁했던 쉼터는 음악과 꽃향기, 밝은 조명이 오감을 자극하는 휴식처로 변했고 이용이 뜸했던 운동 공간에는 그림을 보며 따라할 수 있는 체조판과 지압길이 생겼다. 서울시가 노인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 인지능력을 키우는 똑똑한 디자인을 입힌 결과다.

서울시는 인지능력이 약해진 어르신은 물론 인지력이 떨어지는 어린이, 임산부 등 주민들의 인지건강 유지·향상을 위해 생활공간에 개선된 디자인을 적용하는 ‘인지건강디자인’ 시범사업을 전국 최초로 양천구 신월1동(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과 영등포구 신길4동(임대아파트 단지)에 실시해 완료했다고 1일 밝혔다.

신월1동은 차도와 인도 구분이 없어 보행에 위험이 따르고 비슷한 형태의 주택이 많아 어르신들이 외부활동을 하기 힘든 지역이었다. 시는 이면도로 바닥에 라인을 표시해 선을 따라 동네를 돌 수 있는 순환형태의 ‘이음길’을 만들었다. 또 길 중간에 쉼터를 만들어 걷다가 힘들면 앉아서 쉬도록 했고 교차로 사인을 새롭게 개선했다.

이처럼 인지건강디자인 적용 후 286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대한치매학회가 전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길찾기, 인지거점 확보, 혼란 감소 등에 대한 만족도가 최대 75.9%에 달했다.

시는 학습 및 적응 능력이 남아 있을 때 일상 환경을 적절히 개선하는 ‘인지건강디자인’을 통해 어르신의 안전과 정서에 도움이 되고 치매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노원구 공릉동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7개동에도 인지건강디자인 적용사업을 추진 중이며 올해 안에 완료할 예정이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