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현금 쥐어주는 아동수당, 저출산·경기 부축 해법 될까

입력 2016-11-02 04:59




국회와 보육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아동수당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도입하고 있는 아동수당은 매달 일정 금액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 아동 보육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에서 간접 지원에 그친 기존 출산·보육 대책과는 패러다임이 다르다.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관련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이 아니라 정부 재정 지출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년간 80조원 쏟아부어도…

아동수당 논의는 2006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 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1차 기본계획(2006∼2010년)과 2차 기본계획(2011∼2015년) 총 예산은 152조1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저출산 관련 재원이 80조원가량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년에도 저출산 대책 예산을 22조4560억원 편성했다.

효과는 미미했다. 10년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2∼1.30명에 그쳤다. 지난해 합계출산율도 1.24명에 불과했다. 2007년 49만3189명까지 올랐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43만8420명으로 급감했다.

백화점식 저출산 대책으로 변죽만 울리지 말고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1일 “한국의 보육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1% 수준에 그쳐 4% 수준인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고, 저출산 지원과 무관한 대책도 끼워넣은 경우가 많다”며 “애를 키우기 쉽게 재정 지원을 늘리면 왜 애를 낳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국회에서는 아동수당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만 0∼12세 아동(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에게 매달 10만∼30만원(바우처)을 차등 지급하고, 셋째 아이의 경우 소득에 관계없이 아동수당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동수당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도입한 나라가 전 세계 91개국에 이른다. 프랑스의 경우 20세 미만을 기준으로 자녀 2명까지 월 129유로(약 16만원), 3명인 경우 월 295유로(약 37만원)를 지급한다. 독일은 18세 미만 아동에게 월 184유로(약 23만원)를 주고 3명은 190유로, 3명 이상부터는 각 아동에게 215유로를 지급하고 있다.

발상의 전환 필요

아동수당을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아동수당 역시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어가는 대신 출산율 제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과 아동수당 도입의 선결조건인 보육체계 전면 수술도 쉽지 않다는 이유다.

찬성론자들은 아동수당이라는 발상의 전환에 의미를 부여한다. 직접 지원으로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것은 보육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아동빈곤 문제를 개선하기 때문에 미래 노동력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아동수당으로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고, 관련 산업 생산·고용효과도 크다고 본다. 교육세 등 특정 목적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세가 있는 만큼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 아동수당세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모성보호급여 지급 방식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육아휴직급여와 출산전후급여 등은 대부분 고용보험기금에서 조달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모성보호급여 8859억원 가운데 고용보험기금이 분담한 금액은 8159억원으로 전체의 92.1%다. 이 때문에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감사원은 최근 ‘실업급여 등 고용 안전망 운영실태’ 결과 보고서에서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법정 적립금이 부족한데도 고용노동부의 기금 운영이 부실하다”고 밝혔다.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결산 심사에서 고용보험기금 부담을 완화하라고 지적했는데도 내년 예산안에 편성된 정부 지원액은 700억원에 불과하다”며 “출산휴가급여 부분을 건강보험으로 이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