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악몽 재연될라… 중국 ‘자산 버블’ 경고음

입력 2016-11-02 00:03

중국 내 투기자금이 주식에서 채권, 부동산, 상품 선물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자산 가격의 연쇄적인 급등을 가져와 ‘거품 붕괴’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베이징대 마이클 페티스 교수는 “작은 거품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우리가 거품 속에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거듭된 경기 부양책으로 풀린 돈이 실물 경제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비(非)실물 경제로 흘러가 곳곳에서 작은 거품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이미 지난해 여름 ‘차이나 쇼크’(증시 폭락 사태)라는 버블 붕괴를 겪었다. 당시 글로벌 금융시장도 패닉에 빠졌다. 이후 중국 정부가 공매도 제한 등으로 주식시장 통제를 강화하자 유동성은 채권시장으로 옮겨갔다. 또 당국의 규제로 채권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게 되자 투자자들은 다른 자산으로 눈을 돌렸다.

올해 초 철광석과 강철은 공급 과잉이 심각한 데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급등했다. 다롄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1∼4월 사이 50% 치솟았다가 5월에 떨어졌다. 돼지 사료용 대두박(콩깻묵) 선물 가격도 올 들어 5월까지 40%나 올랐다.

틈새시장 자산인 골동품과 미술품 가격도 급등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많은 소비자가 저축하는 대신 고수익이 예상되는 곳으로 돈을 쏟아붓는 양상이다. 부동산 시장도 거품이 뚜렷해 중국 안팎에서 우려가 크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선전과 상하이, 베이징의 신규 주택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4.1%, 32.7%, 27.8% 올랐다. 허페이와 샤먼의 주택 가격 증가율은 46%대에 달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도 위기감을 느끼고 부동산 과열 진정에 나서고 있다. 10월 초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동산 거품에 우려를 나타냈고, 리커창 총리는 각 지방정부에 강력한 집값 잡기 대책을 주문했다.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혼도 늘었다. 규제를 피해 부동산을 사두려고 위장 이혼을 하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규제 카드를 이미 다 써버렸고 중앙정부가 너무 늦게 개입했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곳곳에서 레버리지(차입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2008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4% 수준이던 총부채 비율은 현재 260%까지 치솟았다. 높은 부채 비율은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지적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