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계대출 68조 넘게 팽창… 2금융권서 확 늘어 사상 최대

입력 2016-11-01 18:09
올해 1∼8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68조6000억원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다시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같은 정부 억제책에 따라 시중은행은 대출 증가 규모가 줄었는데, 제2금융권으로 불리는 비은행 예금기관의 가계대출이 대폭 늘었다. 은행권 수요가 이전된 풍선효과에 이어 상업용 부동산 투자가 불붙으며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1일 국회에 보고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올 1∼8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68조6000억원으로 2012∼2015년 평균치인 30조3000억원의 2.3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전 최고치였던 2015년 1∼8월 59조3000억원의 수준을 또다시 넘어선 기록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43조1000억원만 늘어 증가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48조5000억원)보다 줄었는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증가폭은 지난해 10조7000억원에서 올해 25조5000억원으로 배 이상 커졌다.

고금리인 제2금융권으로의 가계대출 이전은 대출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은이 8개 은행의 올 1∼8월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의 자금 용도별 비중을 파악한 결과에서도 생계자금 때문에 대출을 받았다는 비율이 지난해 24.5%에서 올해 27.1%로 늘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주택담보대출을 주택 구입이 아닌 생활자금으로 쓰면 부채는 남아 있고 자산은 사라지는 격이어서 대출 건전성이 악화되고 상환 위험도가 증가한다”며 “금융기관도 잠재적 위협 요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로 각종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2분기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67.5%로 빚 부담이 더욱 커졌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집계하는 민간신용 비율의 경우 한국은 1분기 기준 3.1% 포인트를 기록해 브라질 터키 멕시코 등과 함께 2∼10% 포인트 등급에 해당하는 ‘주의’를 기록했다. 윤 부총재보는 “경계감을 가지고 민간신용 증가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