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스도적인 것은 무엇인가’ 묻다

입력 2016-11-01 21:10
1517년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던 비텐베르크 성(城)교회에서 31일 (현지시간) 종교개혁 기념예배가 진행됐다. 비텐베르크=곽경근 선임기자
루터의 초상과 함께 ‘여전히 기독교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주간지 ‘디 차이트’ . 비텐베르크=곽경근 선임기자
“여전히 그리스도적인 것은 무엇인가?(Was ist noch christlich?)”

마르틴 루터(1483∼1546)의 고향 독일에선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기독교의 근본정신과 그 실천이 이슈로 떠올랐다.

독일 최대 개신교회 연합체인 독일교회연합(EKD)은 31일 오후(현지시간) 베를린 마리엔교회 종교개혁 기념예배에서 난민캠프 자원봉사자 등을 초청해 복음의 의미와 크리스천의 책임에 대해 들었다.

마르쿠스 도르게 EKD 감독은 ‘믿음’을 주제(고전 3:11)로 한 설교 중 한 어린이에게 복음이 무엇인지 물었고, 이 어린이는 “행복한 것, 용기를 갖는 것,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해 미소를 자아냈다. 봉사자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난민과 이민자를 돕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좌절도 많지만 신앙이 내게 무엇이 옳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도르게 감독은 “500년 전 루터는 그리스도에 의지해 현실 너머를 바라보며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며 “개혁은 바로 우리 삶에 영감을 주는 리듬이고, 우리 삶을 결정하는 심장박동”이라고 했다. 타악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이 예배를 경쾌하면서도 기품 있게 만들었다. 하인리히 베드포드 스토름 EKD 의장과 칼 레만 마인츠 명예주교 등 1000여명이 참석한 예배는 TV로 생중계됐다.

1517년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했던 비텐베르크 성(城)교회에서도 기념예배가 진행됐다. 미국 복음주의루터교회(ELCA) 소속 로버트 무어 목사가 ‘진정한 자유’(요 8:31∼36)를 주제로 설교한 것을 비롯해 콜롬비아, 독일 등에서 온 목회자들이 연합해 예배를 인도했다. 참석자 100여명의 국적도 미국, 한국, 스위스, 헝가리 등으로 다양했다. 비텐베르크는 기념 예배에 참석하거나 종교개혁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로 종일 붐볐다.

독일의 유력 언론은 일제히 ‘루터와 종교개혁’을 주요 주제로 다뤘다. 서점 진열대와 가판대에는 루터의 초상을 표지로 한 잡지들이 즐비했다. 주간지 디차이트와 슈피겔은 각각 ‘여전히 그리스도적인 것은 무엇인가’와 ‘루터’를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독일교회는 사회 현안과 관련, 종교개혁의 출발이 된 용기와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스토름 EKD 의장은 최근 종교개혁 관련 공영방송(ZDF) 인터뷰에서 이슬람권에서 유입되는 난민 문제에 대해 “(이슬람에 대한) 두려움은 증오를 낳는다. 우리 사회가 증오를 선택해선 안 된다”며 “그리스도인은 어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갖고,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KD는 내년 5월 독일 ‘교회의 날(Kirchentag)’에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교회는 2008년부터 ‘루터 10년’이라는 제목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독일 정부는 내년 종교개혁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홈페이지(luther2017.de)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종교개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알리고 있다.

베를린·비텐베르크=강주화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