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7·스완지시티)은 타고난 ‘중원 사령관’이다. 정확한 패스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스완지시티 감독들 중엔 ‘기성용 사용법’을 잘 아는 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다. 지난달 4일 스완지시티 지휘봉을 잡은 밥 브래들리(58)는 기성용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브래들리 체제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로 돌아온 기성용은 다시 스완지시티의 ‘키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기성용은 1일(한국시간) 영국 스토크 온 트렌트의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해 87분 동안 뛰었다. 스완지시티는 수비에서 균열을 보이며 1대 3으로 패했다. 기성용은 박지성에 이어 한국인 두 번째로 EPL 통산 100번째 선발 출전했지만 팀의 패배로 웃지 못했다. 번리와의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둔 스완지시티는 이후 9경기 연속 무승(2무7패)의 부진에 빠졌다.
기성용은 이날 주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지난 22일 치른 왓포드와의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팀의 중원을 책임진 기성용은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며 팀의 공격과 수비를 조율했다. 기성용은 총 53개의 패스를 시도해 3개만 실패해 94.3%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그동안 기성용은 감독에 따라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왔다. 그는 개리 몽크 감독 체제(2014년 5월∼2015년 12월)에서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12월 몽크 감독이 경질된 이후 한 달 동안 앨런 커티스 감독대행 체제에서도 신임을 받아 16라운드부터 22라운드까지 7경기에 모두 출장했다.
그러나 기성용은 프란체스코 귀돌린 전 감독과는 ‘케미’가 맞지 않았다.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인 귀돌린 감독은 수비축구를 지향했다. 때문에 르로이 페르 등 수비에 강한 선수를 선호했다. 경기 조율과 전진 패스에 능하지만 수비가 약하고 활동량이 떨어지는 기성용은 지난 시즌 후반 16경기에서 8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더욱이 기성용은 4-4-2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투입되는 등 익숙하지 않은 위치에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 28경기에 나서 2골 1도움에 그쳤다.
EPL 사상 첫 미국인 사령탑인 브래들리 감독은 2006∼2011년 미국 국가 대표팀을 이끌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선 미국을 16강에 올려놓기도 했다. 브래들리 감독은 수비에 중점을 두고 롱볼로 역습을 노리는 ‘선이 굵은 축구’를 선호한다. 그는 취임 직후 “기본적으로 패싱 축구를 할 것”이라며 “빠른 패싱과 적극적인 압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볼 키핑과 볼 배급 능력이 좋은 기성용 같은 선수가 중용될 것이란 예고였다.
실제로 브래들리 감독은 지난 15일 열린 아스널과의 경기에 기성용을 선발로 내보내진 않았지만 후반 25분 교체 투입했다. 이후 왓포드전에 이어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 기성용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중원 사령관이다.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15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A조 3위로 떨어진 한국이 체격과 체력이 좋은 우즈베키스탄(2위)을 잡기 위해서는 기성용의 킬 패스가 많이 나와야 한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기성용, 스완지 ‘중원 사령관’ 재신임
입력 2016-11-01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