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의 책임감 강조한 금융위원장

입력 2016-11-01 17:37
경제는 심리다. 그리고 시장참가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이런 점에서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촉발한 현 상황이 경제에 좋을 리 없다. 이미 내수와 수출 부진이 예사롭지 않던 터였다. 10월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3.2% 줄었다. 지난 8월 반짝 반등했다가 두 달 연속으로 감소세다. 대우조선 등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가계부채 등 과제는 쌓여 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실로 막대하지만 당분간 어쩔 수 없게 된 측면이 있다. 거국중립내각이든 책임총리제 등 1년4개월 남은 대통령 임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권력구조 타협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 당국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경제팀은 이제 주가와 환율 등 거시 금융지표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1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장중 2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징후가 나타났다. 외국인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NN방송, 뉴욕타임스는 물론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경제지들도 이번 사태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한국의 이미지와 위신 추락이 자본 투자와 기업 간 거래에도 영향을 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치불안 등 외생 변수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당국의 노력에 따라 달라질 분야도 있다. 경제팀이 일관성 있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점 가운데 하나는 이번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공직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마음가짐을 다잡자고 직원들에게 촉구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임 위원장은 지난 30일 금융위 전체 메일을 통해 “공직자는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공직자로서 책임감과 반듯한 태도는 업무 성과 못지않게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대내외 소통에 힘써 달라. 또 일관성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관성은 신뢰를 낳기 때문에 올곧은 정책은 불안한 국민들에게 안도를 줄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처 공직자들도 소통과 일관성을 통해 신뢰를 얻자는 임 위원장의 주문을 새겨들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