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명물 바지락, 태풍과 함께 사라지다

입력 2016-11-02 00:08
제18호 태풍 ‘차바’가 지나간 이후에 울산 태화강의 명물 바지락이 사라져서 어민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1일 울산시에 따르면 태화강 하구에 위치한 바지락 위판장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다. 매입자들과 경매사, 어민들로 북적여야 할 위판장은 문을 걸어잠근 채 위판장 앞에는 어선 10여대만 정박해 있다.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한 이후 바지락이 나지 않자 사실상 조업을 중단한 것이다.

실제 10월 한 달 동안의 조업 실적은 첫날 4일 하루 2.2t을 채취한 게 전부다. 지난해만 해도 성수기인 10∼11월에는 어민 29명이 개인 당 하루에 많게는 20㎏짜리 30어망의 바지락을 채취했다. 어민들은 하루 15만원 정도인 어선 유류비를 빼고도 하루 120만원 정도 수입을 올렸다. 이들은 연간 400t의 바지락을 채취한다.

지난 6월 태화강하구 바지락어장은 연간 채취량, 크기, 조업기간 등 제한사항에 대해 ‘내수면 어업허가 제한 승인 개정 고시’를 통해 ‘패류채취어업’에서 ‘종묘채포어업’으로 바뀌었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연구소에서 진행한 ‘바지락·재첩 생태 및 자원량 조사용역’ 결과 태화강 하구의 바지락은 종패 생산을 위한 좋은 입지를 가진데다 성패보다 종패 생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지락 자원량은 최소 1415t에서 최대 1655t이다.

어민들은 어린 종패가 많이 나는 태화강 특성에 맞춰 수천만원의 돈을 들여 금어기인 3개월간 바지락 조업을 위한 장비도 준비했다.

어민 김장태씨는 “금어기가 풀리고 지난달 4일 첫 바지락 조업을 했는데 잘 잡혀 큰 기대를 했다”며 “하지만 다음 날 태풍 차바가 덮쳤고 그 이후 몇차례 바다에 나가봤지만 바지락이 없다”고 말했다.

태화강의 명물 바지락이 사라지면서 시가 준비하던 바지락 홍보행사도 사실상 취소됐다. 시는 올해 홍보 활동을 펼치고 내년부터 우수한 태화강 바지락 종패를 전국에 공급하는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풍으로 모래가 쌓이면서 표층에 있던 바지락 종패가 묻혔을 가능성이 있고, 다른 곳으로 쓸려 갔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물이 잠잠해지면 수협, 어민들과 함께 바지락 어장 모니터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태화강 바지락은 산업화에 따른 오염으로 1987년 바지락 채취가 전면 중단됐지만 2014년부터 다시 조업 중이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