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고민을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최고의 자리와 권위를 부여해 준 지도자가 오히려 온 국민에게 걱정, 근심을 더미로 안겨주었다. 주어진 권위를 말도 안 되는 곳으로 흘려보내 그 위상은 땅바닥에 나뒹구는 낙엽보다 더 가벼워졌다. 치명적 약점을 드러내고 이를 제어할 어떤 장치도 없이 파탄 난 정권. 이미 믿고 따를 수 없는 지도자가 되어 온 국민이 아파하며 등 돌린 마당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얼마나 쓸쓸한 일이며, 그 자리에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홰를 치며 우는 건 수탉일지 몰라도 알을 낳는 건 암탉입니다’라고 말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를 떠올리며 나라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서 한국의 ‘대처리즘’을 기대한 것은 결국 허망한 짓이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을 통찰하고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미래를 예측하며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최고지도자. 그가 정치철학도, 신념도 없이 권위를 상실한 정책으로 국가를 개인의 사조직 운영하듯 말아 쥐고 있었다니. 잘못 흘러간 권력의 횡포는 공동체를 파괴시키고 만다. 참으로 아파트 부녀회장만도 못한 운영으로 온 국민의 자존심을 시시하게 짓뭉개고 불행하게 만들었다.
먹고살기 바쁜 서민의 신음 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는데, 어느 한 가지도 제대로 해결하는 것 없이 극심한 혼란과 깊은 불신 가운데 진통을 치르고 있는 이 난국에 오직 국민의 얼굴을 향하여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지고 헤쳐 나가 위로와 감동을 줄 난파선의 선장은 누구일까. 난맥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나라를 구하고자 일어선 국민적 자존심을 회복시키고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해 줄 지도자는 대체 어디에 있을까.
수난의 시대. 나라 기둥이 흔들거리는 건 최고지도자 한 사람의 문제 때문일까. 국민을 위하는 정신이 부재한 정치 지도자들이 득실거리는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곰팡이처럼 퍼진 부조리한 상황들. 국가마저 국민을 제대로 이끌지 못해 믿고 따를 수 없으니 스스로 다스리고 절제하며 알아서 각자 살아남아야 하는 슬픈 시대인가.
김세원(에세이스트), 그래픽=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수난 시대의 슬픔
입력 2016-11-01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