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총성은 31일 울렸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 간 물밑전쟁은 지난 29일부터 사실상 시작됐다.
친박계와 비주류는 지난 주말 각각 회동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는 “이정현 대표 사퇴는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분당’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맞서 비주류는 “현 지도부 사퇴 없이는 사태 해결이 힘들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비주류가 나서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29일 친박계 중진 조찬회동
조원진 최고위원이 연락해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친박 중진의원들이 지난 29일 아침식사를 같이하며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정현 대표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중진들은 청와대·내각의 인적쇄신, 거국중립내각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들은 비주류가 지도부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비책 마련도 빼놓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끝까지 당대표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뽑았지만, 당대표는 30만 책임당원이 선출했다”면서 “비주류 일부 의원이 나가라고 한다고 해서 당원들의 뜻을 버리고 내가 물러날 수는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석자는 ‘분당’까지 거론했다고 한다. “위기 상황에서 힘을 모으지는 못할망정 아군(我軍)을 공격하는 비주류들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참석자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비주류 연쇄회동
유승민 정병국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30일 낮에 만났다. 저녁에는 남경필 경기지사, 오 전 시장, 정 의원, 주호영 나경원 의원이 만찬회동을 가졌다. 한 참석자는 “어떤 결론을 내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유 의원, 남 지사, 오 전 시장 등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들도 회동에 참석한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들은 “청와대에 직언을 하지 못하는 이 대표 체제로는 난국을 수습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 비대위 구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은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계파 갈등으로 비쳐지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고 한다.
비주류 중진의원들은 거국중립내각을 반드시 구성키로 뜻을 모았다. “야당이 거국중립내각을 수용할 수 있도록 우리가 앞장서자”는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유 의원은 정례적으로 만나자는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이 본의 아니게 비대위원장에 거론돼서 그런지 몰라도 입장을 밝히는 데 조심스러운 것 같았다”는 말도 나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단독] 같은 당 다른 모임… 與는 이미 ‘내전’ 수준
입력 2016-11-01 0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