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분출된 인적 쇄신 요구가 청와대와 내각에 이어 새누리당으로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현 대표는 사태 수습이 먼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일부 친박(친박근혜) 의원들과 만나 “사퇴보다는 차라리 정계은퇴를 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새누리당이 극심한 내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당 지도부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의원 50명의 서명을 받아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 의총은 2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의총 이후 연판장을 돌려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무성 심재철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김성태 이혜훈 이진복 의원 등 50여명이 ‘지도부 사퇴 요구’에 뜻을 모았다. 이학재 함진규 이만희 의원 등 일부 친박계도 동참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재창당 수준의,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당 지도부의 인식이 매우 안이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비주류 의원들은 사태 수습과 당 쇄신을 위해 비상대책위 체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황영철 의원은 회동 후 “지금 당 지도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했다. 비주류 한 의원은 “국민들이 청와대와 현 지도부를 동일시하는데 당이 새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 21명은 이와 별도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오전 회동에 동참한 의원들이다. 범친박계로 불렸던 유의동 김순례 성일종 송석준 송희경 의원 등이 동참, 친박계 이탈 조짐도 보였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오신환 홍보본부장과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 김현아 대변인 등은 스스로 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선장처럼 배가 순탄할 때도, 순탄하지 않을 때도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며 “지금은 이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의원도 “지금은 내부에 총질할 때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지도부 거취 문제와 비대위 구성 등 당 쇄신안을 놓고 친박 강경파와 비주류가 충돌할 가능성도 높아 분당 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비박계 “이정현 물러나라” 李대표 “차라리 정계은퇴”
입력 2016-11-01 0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