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벗겨진 채 檢 앞에 선 崔… 곰탕 한그릇 다 비워

입력 2016-11-01 00:03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최순실씨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쓰고 있던 모자와 안경이 벗겨졌다. 취재진과 시위대에 둘러싸여 최씨의 모습이 상당히 흐트러져 있다. 윤성호 기자
최순실씨의 검은색 프라다 신발 한 짝이 31일 서울중앙지검 1층 로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취재진과 시위대, 검찰 직원들이 엉키면서 최씨의 신발이 벗겨졌다. 이 신발은 70만원 상당에 팔리는 명품이다. 윤성호 기자
31일 오후 3시 검찰에 출석한 최순실(60)씨는 왼쪽 신발이 벗겨진 채로 서울중앙지검 7층에 있는 한웅재 형사8부장실에 들러 면담부터 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굉장히 당황한 상태로 보여 진정시켰다”고 했다. 최씨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포토라인은 무너졌고, 최씨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기습 시위 인파가 갑자기 등장했다. 최씨는 검찰 수사관 도움을 받아 엘리베이터에 가까스로 올라탄 뒤 얼굴을 감싼 채 “죄송합니다.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는 최씨에게 “국민적 의혹이 제기돼 나라가 시끄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책임을 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하라”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딸을 생각해서라도 의혹에 대해 잘 진술하라”는 취지의 당부도 있었다. 최씨는 “나 때문에 이런 혼란이 생겨 매우 죄송하다”고 답했다. 20여분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최씨의 신발 한 짝이 부장검사실로 올라왔다. 최씨는 신발을 고쳐 신고 부장검사실 옆 영상녹화 조사실로 이동했다.

최씨는 입국 전부터 변호인인 이경재(67·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를 통해 정신적 충격으로 건강이 매우 나쁜 상태라고 강조해 왔다. 이날도 “심장이 좋지 않고 공황장애가 있다”며 검찰 측에 약을 복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의 허락을 얻어 신경안정제를 구해 오기도 했다. 검찰은 필요하면 의사 처방전을 확인하는 조건으로 변호인의 입회 아래 약을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다만 검찰은 “(최씨의) 건강상태에 크게 이상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며 “조사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변호인의 조력 하에 자신이 할 말을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저녁식사로 곰탕을 청한 뒤에 밥 한 공기와 함께 다 비우기도 했다.

30일 오전 7시30분 최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주변에 있던 인물들은 최씨가 직접 고용한 사설 경호원들, 그리고 변호인 측 관계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귀국한 뒤 31시간여 만에 검찰에 출석하기까지 최씨는 취재진을 피해 서울 신사동 자택이 아닌 시내 한 호텔에서 머물렀다. 이때 최씨가 호텔에서 따로 접촉한 이들은 없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최씨의 입국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증거인멸의 가능성을 없애려면 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했어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날 호텔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최씨 일행의 이동을 도운 운전기사는 “최씨가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최씨가 정윤회씨 이전에 결혼했던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다는 의혹은 가족관계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닌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검찰 관계자는 “전 남편과의 제적등본을 확인해 보니 아들이 없었다”며 “청와대 행정관 근무는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원 양민철 신훈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 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