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지도부 사퇴하라” vs 주류 “사태 수습이 먼저”

입력 2016-11-01 00:03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31일 오전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비박계 의원들과 국회 의원회관에 모여 '최순실 게이트'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가 ‘이정현 대표 체제’ 전면 퇴각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하자 주류의 저항이 시작됐다.

비주류는 친박(친박근혜) 일색인 현 지도부로는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놔도 국민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비주류 주도의 ‘비상대책위’ 체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여권 내 분위기다. 그러나 주류와 비주류 충돌로 여권 분화가 심화될 가능성은 커졌다.

비주류가 ‘화합형 메시지’를 던질지, ‘친박 색채 지우기’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결과에 따라 주류·비주류 갈라서기나 비주류의 제3지대 결집 등의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 정병국 주호영 의원 등 비주류 의원 50여명은 31일 긴급회동에서 “지금의 당 지도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부가 이정현 대표, 조원진 이장우 최연혜 최고위원, 유창수 청년최고위원 등 ‘친박 일색’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당 지도부가 던진 쇄신책이 ‘셀프 개혁’ 프레임에 갇힐 경우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황영철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지도부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수도권 재선의원은 “지금 새누리당 간판으로는 내년 대선을 못 치른다”고 말했다.

비주류는 지도부 사퇴를 위한 연판장을 돌리는 한편 당직 사퇴 스타트도 끊었다. 지도부 저항이 계속되면 조만간 강석호 최고위원도 직을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노 사퇴’로 지도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비주류 주도의 차기 비대위는 인적 쇄신을 포함한 전면적 당 쇄신을 기치로 내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지금은 청와대가 국정운영에서 한발 물러서고 비대위 체제의 당이 주도하는 게 맞다”면서도 “비대위는 당을 단결해 재창당 수준의 혁신안을 내야 하지 ‘친박 쳐내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주류 내부에서도 ‘지도부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과 ‘청와대 방탄에만 나선 친박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 등 온도차가 있다.

당장 주류는 “사퇴 수습이 먼저”라며 발끈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지도부를 흔들려면 당을 나가라”는 강성 목소리까지 나왔다. 주류 측에서는 비주류 주도의 비대위가 출범할 경우 내년 대선 경선 주도권 싸움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와 비주류가 비대위 체제 전환을 놓고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분당 등 여권 분열이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 집안싸움을 하다가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경우 여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다만 주류가 버틸 경우 한계를 느낀 비주류 일부가 탈당해 제3지대로 향하면서 정계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