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대책은 없이… 대우조선에 ‘연명 호흡기’
입력 2016-11-01 00:03 수정 2016-11-01 17:27
정부가 31일 발표한 조선·해운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사실상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살리기로 요약된다. 공공선박 조기 발주로 2018년까지 대우조선에 호흡기를 붙이고, 각종 금융지원으로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 선사로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의 체질변경 방안으로는 대형 LNG(액화천연가스)선 등을 내세웠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만으로 2020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 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이번에 발주를 앞당기기로 한 공공선박은 63척, 7조5000억원 규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개 입찰이라 대우조선도 경쟁력을 갖춰야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군함 등은 방산 분야 경쟁력이 있는 대우조선 등이 수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방산 선박 발주 규모는 모두 6조6700억원으로 공공 발주의 89%다. 경비정이 4362억원, 어업지도선과 밀수감시용 선박 등 3800억원이 포함된다. 전체 공공선박 중 올해까지 발주를 앞당기는 액수는 총 4조2000억원이다. 2018년부터는 2020년 시행되는 친환경 규제 강화에 대비한 발주 물량으로 숨통을 틀 수 있다는 계획이다.
해운사 지원을 통해서도 대우조선 등 조선사들이 곁불을 쬘 수 있다. 우선 선박신조 지원 프로그램(펀드)을 현재 조성된 1조3000억원에서 2020년까지 2조6000억원으로 늘린다. 해당 펀드는 해운사가 배를 발주할 때 필요한 금액을 지원해준다. 이후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누는 식으로 돈을 회수한다. 50%를 대는 민간 금융회사가 선순위고, 40%를 대는 정책금융기관은 중순위다. 해운사가 발주한 배를 대우조선 등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해갈 수 있다.
해운업을 겨냥한 지원은 한국선박회사 설립이 핵심이다. 해운사의 선박을 사들인 후 다시 빌려주는 선주회사다. 사실상 현대상선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이다. 수출입은행 및 정부가 80%까지 출자해 1조원을 조성한다. 해운사가 처음 선박을 사들인 금액보다 시장가가 낮더라도 차액은 유상증자를 해준다. 다 국민 돈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이제 현대상선 한 곳 남았기 때문에 죽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책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까지 공공발주를 통해 대우조선 등을 지원한다지만 이후 업황이 회복될지 미지수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앞서 향후 업황을 고려하면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위주의 ‘빅2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었다. 하지만 최종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 정부 방안이 확정됐다.
현대상선을 대형 원양선사로 키우는 것을 골자로 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재탕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진해운이 이미 법정관리에 돌입한 상황에서 5위권 원양선사 육성도 공허한 구호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펀드 확대 등 총 6조5000억원이 지원되지만 현대상선이 지나친 고금리를 떠안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은 대책에서 빠져 있다. 성결대 한종길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고금리를 떠안은 한진해운과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도 있다”며 “한국 해운업을 어떤 형태로 가져 갈 지에 대한 장기적 계획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상황에서 대응이 너무 늦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금 현대상선은 민망할 정도로 배가 부족한 상태라 빨리 실행력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