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1년여 앞두고 여권에 ‘대형 악재’와 ‘자중지란’이 발생하는 이른바 ‘대선 전 징크스’가 반복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의 현재는 전신인 한나라당의 5년 전과 빼닮았다.
한나라당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이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 공격 사건으로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하던 당 지도부 리더십이 급속히 와해됐다. 여권 지지율은 급락했고, 당시 최고위원이던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의원 등이 당 쇄신을 주장하며 당직을 사퇴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졌다.
이후 등장한 게 ‘박근혜 비상대책위’다. 박근혜 당시 위원장은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재창당 수준의 개혁에 성공해 19대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대선 14개월 전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가 발생하고, 당청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건 당시와 판박이다. 이번에도 집권 4년차 레임덕 국면이 찾아왔고, 비주류 쇄신파 의원들은 지도부 총사퇴 요구를 분출했다. 비주류 의원들이 31일 긴급회동을 갖고 “당 지도부는 즉각 사퇴하고 재창당 수준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다.
그러나 악재의 강도는 크게 다르다. 최순실 게이트는 여권 전체의 공멸 우려가 나오는 메가톤급 악재다. 여당 지도부에서 대통령을 향해 국정운영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요청할 정도다.
정치구도나 정치공학적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과거에는 ‘박근혜’라는 유력 대선주자가 존재하면서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당연시됐다. 그러나 지금의 여권 내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에 비해 존재감이 약하다. 당내에서는 누가 맡더라도 비대위원장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박근혜 비대위 체제는 이듬해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년 대선까지 4월 소규모 재·보궐 선거 외에 다른 정치적 이벤트가 없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는 친이계 쇄신파들이 먼저 박 위원장을 옹립했다”며 “지금과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대형 악재·내분… 與 ‘대선 전 징크스’ 데자뷰?
입력 2016-11-0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