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현대상선 ‘혈세로 버티기’… 이율배반 경쟁력 강화 방안

입력 2016-11-01 00:03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31일 오전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부터)이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정부는 31일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지난 1년여간 논의한 결과물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혈세를 투입해 버티기 위한 작전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조선업의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선박 조기 발주, 선박펀드 활용 등을 통해 11조원을 동원, 2020년까지 250척 이상의 배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선박 건조 일변도의 조선산업을 경쟁력과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고 연간 1000억 달러 규모의 고부가 서비스를 포괄하는 선박산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고강도 자구노력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유휴설비와 인력 감축, 비핵심 자산 정리 등 회사별 자구계획도 엄밀히 점검하겠다고 했다.

골자는 지난 6월 내놓은 ‘구조조정 추진 체계 개편 방안’에서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정도다. 국민 혈세도 그만큼 더 투입된다. 12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배나 늘린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의 해운사 부담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 등 일반 투자기관에서 마련하기로 했다. 노후 여객선 교체를 위한 여객선 현대화 펀드에는 국비와 일반 금융이 50%, 30∼40%씩 들어간다. 해운사는 10% 정도 부담한다. 정부는 이 펀드 기금을 100억원에서 2019년까지 1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민간기업 연구소 관계자는 “혼수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을 좋은 병원에 보내려고 했더니 그 병원에서 상태가 너무 나빠 받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상태를 호전시켜 좋은 병원으로 넘기려는 정부 입장은 이해하겠는데 그 치료비로 국민 세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실패할 경우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을 키운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인 산은 등의 책임을 묻는 내용도 없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야당의 대선 후보 연구소 출범식에서 “수조원의 적자를 낸 송장이나 마찬가지인 대우조선해양을 살리자는 관료나 지도층은 한 사람도 없고 그 시체를 뜯어먹는 데만 전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여당 텃밭인 울산·부산·경남 등을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선산업 발전과 조선산업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은 성명을 통해 “박근혜정부 임기 동안 버틴 후 근본적인 대책은 차기 정권으로 떠넘기는 그야말로 폭탄 돌리기”라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