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속 300㎞로 내달린다… 타이어가 레이싱 승패 가른다

입력 2016-11-01 18:15 수정 2016-11-01 21:36
금호타이어가 생산하는 레이싱 전용 타이어 ‘엑스타(ECSTA) S700’. 금호타이어 제공
지난 8월21일 일본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16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6차전에서 레이싱카들이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제공
최고속도가 시속 300㎞에 육박하는 레이싱경기의 승패는 여러 요소들에 의해 갈린다. 레이싱카의 심장 역할을 담당하는 엔진의 폭발력과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차체, 드라이버의 주행실력과 팀의 전략…. 이 중 빠질 수 없는 요소가 타이어 성능이다. 차량의 성능과 드라이버의 능력은 차체 중 유일하게 지면에 맞닿아 있는 타이어를 통해 발휘된다. 타이어 성능의 미세한 차이가 승패에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얼마나 지면을 움켜쥐느냐’가 승부처

레이싱 전용 타이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점은 접지력이다. 타이어가 지면을 얼마나 단단하게 움켜쥘 수 있는지 여부에 승패가 좌우된다. 타이어 업체들은 접지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일반 타이어와는 다른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다. 우선 레이싱 타이어에는 일반 타이어에서 볼 수 있는 ‘패턴’이 없다. 땅과 닿는 면적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슬릭(Slick) 타이어를 사용한다. 사용되는 소재도 그립력(지면을 움켜쥐는 힘)을 높일 수 있는 특수 컴파운드 소재를 적용한다. 일반 타이어에 비해 2배 이상 그립력이 높기 때문에 레이싱 타이어를 장착하고 달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차량 보강(튜닝)이 필요하다.

가속을 위한 경량화와 극한의 주행을 버틸 수 있는 내구성도 중요하다. 레이싱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고강성 저중량 소재가 쓰인다. 소재의 중량이 일반 타이어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강성은 배 이상 높다. 금호타이어가 공급하는 레이싱 타이어는 일반타이어 대비 1개당 무게는 4∼5㎏ 가볍고, 강성은 1.5배 높다. 속도가 빠른 만큼 열도 빨리 오른다. 높은 발열을 견디고, 과열을 방지하는 별도의 컴파운드 설계도 필요하다.

날씨에 따라 쓰이는 타이어 종류도 다르다. 경기장에 비가 올 경우 웨트타이어(Wet Tire)를 장착한다. 웨트타이어는 타이어가 머금은 물을 얼마나 빨리 배출하느냐가 핵심이다. 금호타이어의 웨트타이어는 시속 250㎞로 주행할 때 초당 25ℓ를 배수하도록 설계돼 있다. 일반 타이어의 초당 15ℓ에 비해 1.5배 이상 배수성능이 뛰어나다. 이밖에도 날씨와 경기장 조건에 따라 최상의 그립력을 유지하기 위해 하드(Hard)부터 슈퍼소프트(Super Soft)까지 다양한 컴파운드 종류가 사용된다.



올해 성적은 금호타이어 우세

이처럼 레이싱 타이어에 최첨단 기술이 투입되는 만큼 타이어 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매년 여러 레이싱 경기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한국타이어는 독일의 투어링카 마스터즈 대회에 2011년부터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포르쉐, 페라리 등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이 참가해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서킷을 주행하는 ‘24시 시리즈’에도 타이어를 독점 공급한다. 금호타이어는 네덜란드에서 매년 열리는 마스터즈 F3 대회에 2002년부터 타이어를 독점으로 공급 중이다.

국내에서는 ‘2016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가장 권위있는 레이싱 대회로 손꼽힌다. 지난달 23일 전남 영암에서 열린 8차전 경기에서 금호타이어가 후원하는 엑스타 레이싱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방송인 김진표씨가 감독인 엑스타팀은 일본출신 전 F1 드라이버 이데유지 선수와 정의철 선수가 소속돼 있다. 다른 팀들 중에서도 금호타이어를 장착한 쪽의 성적이 좋았다. 올해 벌어진 1∼7차전 경기 중 5경기는 금호타이어를 장착한 팀이 우승했다. 나머지 2경기는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아트라스BX 레이싱팀이 우승했다.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