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미도 “죽음 다루지만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

입력 2016-11-01 17:45 수정 2016-11-01 21:38
신작 연극 ‘비(BEA)’에 출연하는 배우 전미도는 1일 서울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안락사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고 밝혔다. 우란문화재단 제공

배우 전미도(34)는 무대 위에서 스스로 존재감을 뽐내면서도 상대역이 누구든 최고의 ‘케미’를 보여준다.

2006년 데뷔한 그는 2년도 안돼 뮤지컬 ‘사춘기’와 연극 ‘신의 아그네스’ 2편으로 공연계의 촉망받는 신인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뮤지컬 ‘라만차의 사나이’ ‘베르테르’ ‘원스’ ‘닥터 지바고’ ‘스위니 토드’와 연극 ‘디 오써’ ‘갈매기’ ‘로미오와 줄리엣’ ‘메피스토’ 등 쉴 새 없이 무대에 서 왔다. 이제는 또래 가운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그가 신작 연극 ‘비(BEA)’로 관객과 만난다. 오는 11일 서울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은 안락사를 소재로 한 쉽지 않은 작품이다. 영국 극작가 겸 연출가 믹 고든이 2010년 발표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품의 타이틀인 비는 전미도가 맡은 극중 인물의 이름이다. 막이 열리면 관객은 침대 위에서 춤추는 비를 보게 된다. 하지만 얼마 안가 실제 비는 불치병 때문에 8년째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1일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만난 전미도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드라마가 정말 흥미로웠다. 내 자신은 기독교인으로서 안락사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안락사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은 결국 관객에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고 밝혔다.

그는 극중에서 사실상 1인2역에 가까운 연기를 해야 한다. 상상 속의 쾌활한 비와 ‘산 송장’같은 고통을 겪는 비를 왔다갔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그 장면이 정말 슬퍼서 아직은 연습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가 이 작품을 선택한 또다른 이유는 올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속한 극단 맨씨어터에서 김 단장님이 단골로 연출을 맡지만, 그때마다 나는 다른 작품에 출연 중이었다”면서 “마침 김 단장님도 비 역에 내가 어울린다며 역할을 제안해서 바로 OK했다”고 말했다.

그에게 연극과 뮤지컬 연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는 “어릴 때는 연극과 뮤지컬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지난 2013년 체홉의 단막극들을 모은 ‘14인의 체홉’에 출연한 적 있다. 그때 박정자 선생님의 긴 독백을 봤는데, 대사에 템포가 있어 마치 노래처럼 느껴졌다. 연극 안에 음악의 흐름이 있고, 뮤지컬 안에 대사의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연극에서 대사를 읊을 때 강약과 긴장을 넣어보니 다이나믹해졌고, 뮤지컬에서 노래할 때 말하는 것처럼 하니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덧붙였다. 3인극 ‘비’에는 그 외에 간병인 역의 이창훈, 엄마 역의 백지원이 출연한다. 30일까지.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