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수족’들 수난시대

입력 2016-11-01 00:03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이 연이어 ‘수난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후는 물론 국회의원 시절부터 보좌하던 최측근 인사들은 청와대를 떠남과 동시에 검찰에 출두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박 대통령에겐 ‘수족(手足)’이던 인사들이 이젠 핵심적인 검찰 수사 대상으로 오른 것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박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던 인물이다.

청와대 선임 수석으로 ‘왕수석’으로도 불리던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부금 모금을 비롯해 최순실씨와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을 조율하던 안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농단 파문과 맞물려 조만간 검찰 소환조사를 받게 됐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지난 7월 처가 부동산 거래 관련 의혹이 불거진 뒤부터 줄곧 야권의 거센 경질 압박을 받았다. 이어 직권남용 및 횡령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검찰 수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야권의 교체 압박에 “의혹만으로 교체하는 것은 안 된다. 검찰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맞서왔지만 결국 최씨 파문으로 중도하차했다.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 재임 당시 정윤회씨 관련 비선실세 파문 등을 수습한 공로로 박 대통령의 큰 신뢰를 받아왔지만 정씨 전 부인인 최씨의 국정농단 파문으로 옷을 벗었다.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지 18년 만에 전격 교체된 가신그룹들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최씨 파문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 연설문 등의 외부 유출 경로에 있었던 만큼 조만간 검찰 소환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이 한꺼번에 청와대를 떠나면서 박 대통령은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상대 없이 ‘홀로’ 수습책을 마련해야 하는 형국이 돼버렸다.

전날 교체된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3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외롭고 슬픈 우리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메시지에서 “험한 시기에 홀로 청와대를 빠져나오려니 마음이 착잡하다”며 “이 흉흉한 세월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사람들 마음의 상처는 아물겠지요. 그런 날이 꼭 오겠지요”라고 했다.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 인사인 그는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던 개헌을 총괄 지휘하려 했으나 이번 사태로 4개월여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