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소상공인 70% “김영란법으로 경영 어려워”

입력 2016-10-31 18:53
몇 년 전 수억원을 들여 서울 여의도에 한식당을 개업한 A씨는 요즘 김영란법 때문에 죽을 맛이다. 저녁에 손님이 20∼30명씩 왔었는데 김영란법 시행 이후 2∼3명 정도로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식당 사업이 안 되면 세금을 낼 수도 없는데 어떻게 나라를 운영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2월까지 지켜보고 폐업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업소 10곳 중 7곳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객단가 3만원 미만 서민식당도 65%가량이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휴폐업 속출이 우려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300곳을 대상으로 ‘김영란법 시행 한 달 영향조사’를 실시한 결과 69.7%가 경영이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영이 어렵다고 답한 업체의 70.8%는 어려움이 지속되면 6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했다. 또 응답자의 65.7%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매출 감소율은 평균 39.7%였다.

외식업계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한국외식업산업연구원이 외식업 419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68.5%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영란법 위반 기준인 객단가 3만원 이상의 고급 식당들은 88%가량이 법 시행 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3만원 미만 식당들도 65%는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서용희 선임연구원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너무 넓어 법 대상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모임과 회식을 자제하고 있다”며 “세월호나 메르스 사태보다 훨씬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