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위기에 몰린 시카고 컵스가 ‘힘’으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밀어버렸다. 컵스가 막강한 스타 플레이어들이 포진한 ‘유명 선수 집합소’라면, 클리블랜드는 ‘무명 선수 집합소’다.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인 셈이다. 월드시리즈 1승3패로 벼랑끝에 내몰린 컵스의 ‘몸값’ 높은 선수들은 5차전에서야 제 몫을 했다. 그리고 71년 만에 안방에서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승리를 일궈냈다.
3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팀 내 최고 선발투수 존 레스터와 쿠바 출신 특급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의 역투, 그리고 중심타선의 부활까지 더해져 3대 2 승리를 챙겼다. 주축 선수들이 위기에서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였다.
컵스 팬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승전보였다. 컵스는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구단 중 하나다. 하지만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의 월드시리즈 경기 승리는 71년 만에 처음이었다. 1945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게 마지막이었다.
이날도 경기 초반 선취점을 내줘 리글리 필드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레스터가 2회 클리블랜드의 호세 라미레즈에게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포수 데이빗 로스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6회까지 4피안타 5탈삼진 2실점으로 클리블랜드 타선을 봉쇄했다.
채프먼은 클리블랜드가 3-2로 추격하자 평소보다 일찍 마운드에 올랐다. 7회 1사부터 9회까지 42개의 공을 던졌다. 2⅔이닝 1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레스터와 채프먼은 총 27개의 아웃 카운트 중에서 26개를 책임졌다.
대대적인 투자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컵스의 연봉 총액은 약 1억 8640만 달러다. 메이저리그(MLB) 30개 구단 중 5위에 해당하는 빅마켓이다. 둘이 합쳐 연봉 3700만 달러가 넘는 레스터(2583만 달러)와 채프먼(1132만 5000달러)이 마운드를 지배했다.
클리블랜드는 이와 정반대다. 연봉 총액은 1억 1147만 달러로 전체 21위다. 평균 관중수가 1만9650명으로 끝에서 세 번째인 스몰마켓이다. 선발투수 트레버 바우어를 시작으로 마이크 클레빈저, 브라이언 쇼, 코디 알렌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레스터와 채프먼에 완패했다.
타선에서도 앤서니 리조(500만 달러), 벤 조브리스트(1050만 달러) 등 컵스의 고액 연봉자들이 힘을 냈다. 4회 0-1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동점 솔로포를 날렸다. 그러자 리조와 조브리스트가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의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애디슨 러셀의 1타점 적시타로 역전했고, 로스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더 달아났다. 컵스 타선은 한 이닝 동안 3점을 뽑아내는 응집력으로 바우어를 끌어내렸다.
컵스는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2일 시리즈 6차전을 치른다. 선발투수는 MLB 4년차 투수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제이크 아리에타(1070만 달러)다. ‘부자구단’ 컵스가 끈끈한 팀워크로 무장한 클리블랜드의 돌풍을 잠재우고 시리즈를 뒤집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레스터 선발·채프먼 마무리… 컵스는 강했다
입력 2016-10-31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