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추미애, 말로는 비판 수위 높이는데…

입력 2016-11-01 00:04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의 국권과 국헌(헌법)을 사교(사이비 종교)에 봉헌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연일 박 대통령을 ‘사이비 교주에 휘둘린 분별력 없는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새누리당은 국권을 사교에 봉헌토록 방조한 공범이고, 검찰은 국권을 파괴시킨 사이비 교주를 체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당과 검찰까지 싸잡아 ‘이성을 잃은 존재’로 격하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최순실 게이트’ 관련 비판 수위는 높이고 있지만, 막상 지도부의 행보는 지나칠 정도의 ‘신중 기조’라는 지적과 함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점점 더 커질 것이라는 전제 아래 신중론을 펼치고 있지만 심각한 오판”이라며 “당장 하야를 요구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시그널’ 정도는 줘야 우리 당 지지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성토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지역에 가면 ‘무당의 나라가 됐다’ ‘민주당은 뭐하고 있는 것이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며 “SNS에서는 당 대응 방식을 놓고 지지자끼리 싸우기도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홈페이지에도 성난 지지자들의 원성이 빗발쳤다. 이들은 ‘가마니들만 모여 있나 보다’ ‘왜 정의당보다 못하냐’는 등의 글을 올렸다. 한 지지자는 “촛불집회에 민주당 사람은 없었다. 역풍 맞을까 겁나 국민 뒤에 숨어 기회나 엿보다가 숟가락 얹어 밥그릇 챙기려는 민주당”이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국민이 원치 않아 역풍 맞았지만, 지금은 국민이 원하는데도 벌벌 떠니 한심하다. 앞으로 표 안 주겠다”고 적었다. 다른 지지자는 “대선만 바라보고 표 계산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당분간 신중론을 이어갈 태세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긴급의원총회에서 “광장은 광장의 방식으로, 제도권 안에 있는 우리는 제도권의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그것이 민주당에 주어진 책무”라고 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