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0)씨가 31일 검찰에 소환되며 검찰과 최씨의 명운을 건 진실게임이 본격 시작됐다. 범죄혐의를 둘러싼 양측의 치열한 법리다툼과 기싸움이 예고된 가운데 검찰은 수사팀을 확대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출국금지 조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출석한 최씨를 상대로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기금모금 등에 관여했는지 집중 캐물었다. 최씨가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조사했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인정한 연설문 사전열람 사실은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 보고서를 먼저 받아봤다거나 두 재단 설립 및 이후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은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최씨의 논리를 깨기 위해서는 다양한 물적 증거를 제시해 그를 압박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선 검찰이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나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구체적인 최씨의 범죄 단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씨를 위해 일한 부역자’로 지목된 정 전 비서관과 안 전 수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늦게 이뤄져 증거인멸 시간을 준 것도 문제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농단이 사회적으로 큰 비난 대상이지만, 이걸 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다”면서 “최씨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찾아내 적용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최씨 소유로 의심되는 태블릿 PC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추가 증거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씨 등 일부 내부자들이 검찰조사에서 입을 열고 있다는 점도 최씨 범죄혐의 입증에 유리한 대목이다.
검찰은 조만간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 다른 ‘비선실세’로 알려진 차은택(47)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이번 주 내 검찰에 불려나올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날 형사8부와 특수1부 외에 IT·전산·개인정보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를 특별수사본부에 추가로 투입했다. 특별수사본부에 서울중앙지검 3개 수사부서가 투입돼 지금은 사라진 대검 중앙수사부 규모의 수사 인력이 꾸려졌다. 최씨 관련 의혹이 계속 추가돼 수사팀 증원 필요성이 커졌고, 태블릿 PC 분석에도 속도를 내기 위한 조치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부인’하는 崔에 맞선 檢… 명운 건 ‘법리전쟁’ 돌입
입력 2016-11-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