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에 보관된 문서의 최초 작성자로 알려진 기획재정부 조모 과장은 31일 “내가 쓴 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씨가 태블릿 PC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이디(ID) 도용 논란마저 불거지면서 태블릿 PC 내 문서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조 과장은 청와대 근무 후 기재부로 복귀한 이후 자신의 ID가 도용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과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5월 청와대에 파견돼 현 정부 초기인 2013년 3월 복귀했다. 최씨에게 사전 유출된 국무회의 발언 자료의 최초 작성자 아이디는 ‘iccho’로 조 과장의 것이 맞지만, 작성일시는 2013년 7월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아이디 ‘narelo’라는 인물이 최종 수정했다. narelo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것으로 알려졌다.
조 과장이 아이디가 도용됐다고 밝힘에 따라 청와대 내 ‘제3의 인물’이 조 과장 아이디를 도용해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과장이 청와대 파견이 끝난 뒤에도 업무에 관여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 과장은 파견 복귀 이후에도 타 부서에 2년 파견을 갔다가 최근 복귀했다”며 “조 과장이 ‘비선실세’ 일에 관여했다면 청와대 근무가 연장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제3의 인물이 조 과장이 만든 국무회의 발언 문서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계속 수정한 단순 실수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기본 틀이 잡혀진 문서를 계속 수정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崔 PC’ 문서 첫 작성자 “내 ID 도용당했다”
입력 2016-10-31 17:52 수정 2016-10-31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