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또 한 번 이름값을 했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감독 스콧 데릭슨)가 선보인 세계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마법을 부리는 역대 최강 히어로의 탄생도 흥미롭다. 관객에게 무슨 힘이 있나. 그저 극장으로 향하는 수밖에.
마블 스튜디오가 제작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예상대로 폭발적인 반응을 낳았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는 60% 이상의 점유율을 지키며 첫 주 극장가를 장악했다. 누적 관객수는 벌써 256만명(1일 기준)이다. 주말 3일간(28∼30일) 161만명을 추가했다. 흥행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적할만한 경쟁작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한국영화 중에는 그나마 ‘럭키’가 체면치레를 하고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흥행은 단순히 대진운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관객이 기대한 바를 몇 배로 충족시켰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두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천재 신경외과 전문의가 내면 변화를 겪으면서 슈퍼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오만하고 이기적이었던 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재활을 위해 만난 영적 지도자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턴)에게 초능력을 전수받은 뒤 악(매즈 미켈슨)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다.
내용과 전개는 여느 히어로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닥터 스트레인지’만의 차별점은 방대한 세계관에 있다. 기존의 물리 법칙을 뛰어넘는 제3의 차원을 상정한다. 염력으로 단숨에 지구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 있고, 심지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배경이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완벽하게 구현된 시각효과는 극도의 스펙터클을 형성한다. ‘인셉션’(2010)에서 경험했던 현실왜곡이 몇 차원 진화된 느낌이다. 멀쩡했던 도시가 상하좌우로 접혔다, 쪼개졌다, 뒤틀렸다, 요동을 친다. 현실세계가 재조립되는 장면들의 짜임도 훌륭하다. 3D로 관람하면 이 같은 쾌감은 배가된다.
이야기 구조가 다소 헐겁다는 아쉬움은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음을 고쳐먹는 계기가 명쾌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엔딩도 별다른 임팩트 없이 유야무야 마무리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매력적이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신선함이 두 눈을 즐겁게 한다. 마블 특유의 유머코드는 곳곳에 녹아들어 웃음을 준다.
캐스팅도 딱 맞아떨어졌다. 틸다 스윈턴, 레이첼 맥아담스, 매즈 미켈슨, 치웨텔 에지오포 등 연기파 배우들이 적역을 맡았다. ‘셜록’은 이제 잊어야 할 듯.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닥터 스트레인지 그 자체였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의 일원으로 합류한다.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 기존 히어로들과의 조합이 기대된다. 마블의 시대는 계속된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닥터 스트레인지’ 온 우주가 도와주는 마법세계 [리뷰]
입력 2016-11-01 19:35 수정 2016-11-01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