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공백 메울 ‘정치’가 보이지 않는다

입력 2016-10-31 17:24
이 나라의 국정(國政)을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됐다. 하려던 일은 물론이고 그동안 했던 일마저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임기는 1년 이상 남았는데 일할 수 있는 힘도, 명분도 잃었다. 그럼 국가도 멈춰서야 하는가? 식물 대통령이 앉아 있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느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문제의 답이다. 질문은 국회를 향해 던져졌다. 정부가 저 꼴이 됐으니 당연하다. 국정은 청와대와 정부가 아닌 국회와 여야 정당이 고민할 문제가 됐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에서 1년 남짓 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민의 진짜 불행은 식물이 된 대통령보다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현실에 있을지도 모른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31일 회동은 10분 만에 끝이 났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거국중립내각에 대한 야당의 이견을 비판하면서 국정을 논의해야 할 자리는 정쟁의 장이 돼버렸다. 정치권이 지금 머리를 싸매야 할 문제는 당장 한·중·일 정상회담부터 무산될 수 있는 외교의 절벽, 매일 안 좋은 소식만 들려오는 경제의 절벽을 극복하는 일이다. 국정의 컨트롤타워는 어떤 상황이든 서 있어야 한다. 민생을 챙기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하고 정치는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행위다. 거국내각이 됐든, 실권(實權) 총리가 됐든 누군가는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 1년 이상 이 나라의 중심을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 앞에서 또 권력 논리가 앞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를 불러온 박근혜정권을 국정에서 물러서게 하고 그 공백을 메우는, 이 단순한 과제를 놓고 거국내각을 하자는 둥 말자는 둥, 그건 비현실적이니 총리를 합의해 세우자는 둥 ‘봉숭아학당’ 같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국민보다 당리(黨利)가, 국정보다 당략(黨略)이 앞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야3당은 1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야당은 집권을 위해 존재하고, 현 상황은 수권 능력을 보일 기회가 된다. 방식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당리당략을 앞세워서는 국정 정상화를 이룰 수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