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폭탄 돌리기’ 하는 정부

입력 2016-10-31 17:24
정부가 31일 발표한 조선·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반응이 냉랭하다. 정부가 조선업 구도를 현행대로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빅3 체제’로 유지키로 한 것과 관련, ‘맹탕 정책’이란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빅2 체제’로의 개편 등 핵심 구조조정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높다. 대우조선 처리 같은 민감한 사안은 다음 정권으로 넘기겠다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란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 실종이 확인된 데다 최순실 스캔들 여파에 따른 리더십 부재, 공직사회 복지부동 악습까지 더해져 현 정부 내 조선업 구조조정은 물 건너갔다는 게 산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한 것은 어려워진 경제 환경 하에서의 후폭풍을 줄여보자는 의도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바람대로 앞으로 정상화돼 새 주인을 찾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해석의 배경에는 수주절벽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절박함이 있다. 또 대우조선의 자구안이 계획대로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을 갖는 시각이 많다.

대우조선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수조원의 채권단 추가 지원이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10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4조2000억원을 지원했음에도 회사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악화될 정도로 심각하다. 쓰러져가는 기업에 얼마나 더 세금을 넣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정부는 이번 발표로 대우조선 처리 방침을 마무리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법정관리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로 정부와 국회, 회사와 노동자 4자 협의체를 구성해 구조조정의 방향과 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