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하루 시간 준 檢… ‘짜맞출’ 여유 주나

입력 2016-10-31 01:01 수정 2016-10-31 04:34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왼쪽)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걸어오는 모습. 서영희 기자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가 30일 제 발로 입국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해외에 머물며 “건강이 좋지 않아 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인터뷰를 한 지 나흘 만에 자진귀국을 선택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씨가 귀국한 이날 오후까지 최씨 측에 조사를 위한 출석 통보를 하지 않았다. 검찰은 최씨가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항공기를 타고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 전에야 귀국 정보를 확인했다고 한다. 귀국 현장에 검찰 측 인사를 보내지는 않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변호인을 통해 최씨 측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소환 통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최씨의 급작스러운 귀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최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최씨가) ‘이를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최씨의 처지는) 단두대에 올라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최씨를 포함한 이번 사태 핵심 당사자들을 서둘러 불러들여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씨가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착수한 29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점도 공교롭다. 수사 당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씨를 법정에 세우겠다”고 강조한 것도 최씨가 귀국을 선택한 배경으로 해석된다. 최씨는 귀국 직후 이 변호사를 통해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검찰 소환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민간인 신분인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적용 가능한 범죄 혐의는 군사기밀 수집, 뇌물수수, 횡령·배임죄 등이 거론된다.

우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 과정에서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각 기업들의 대가 관계가 인정될 경우 최씨 역시 ‘포괄적 뇌물수수’ 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 또 최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비덱과 더블루케이 등을 통해 재단 자금을 빼돌렸다면 업무상 횡령·배임죄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포탈·외환관리법 위반 등 추가적 불법 행위가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씨가 태블릿PC를 통해 청와대 문건을 받아봤다면 ‘기밀 수집·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최씨 주변인 조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날 “K스포츠재단 실제 주인이 최순실씨”이라고 밝힌 정현식(63) K스포츠재단 전 사무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밀접하게 연락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끔씩 연락했다”고 말했다.

정동구(74)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과 정동춘(55) 2대 이사장도 나란히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정동구 전 이사장은 올 1월 초빙됐으나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한 달 만인 2월 말 돌연 사임했다. 최씨와 개인적 인연으로 올해 5월 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정동춘 전 이사장은 지난달 말 자진 사퇴했다.

이 외에도 최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PC 속 문서를 최초 작성한 기획재정부 소속 조모 과장이 이날 검찰에 나와 조사받았다. 롯데그룹이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후원금 70억원을 건넨 것과 관련해 그룹 정책본부 이석환 상무도 검찰에 불려나왔다.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40)씨도 이날 다시 검찰에 소환됐다.










글=노용택 양민철 기자 nyt@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