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으로 돌아온 특수통 ‘칼잡이’

입력 2016-10-30 21:32 수정 2016-10-31 00:58
‘최순실 파문’ 수습의 과제를 안고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된 최재경(54) 전 인천지검장은 “힘든 상황이지만 국가를 위해 법과 원칙대로 맡겨진 본분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최 신임 수석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어려운 거는 어려운 거고, 당연한 얘기지만 원칙에 맞게 일하겠다는 말밖에 더 하겠는가”라고 했다.

최 수석은 검사 시절 특수부의 계보를 잇는 최고의 ‘칼잡이’로 불렸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 론스타 비리 사건 등 굵직한 수사를 무리 없이 처리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명박정부 직전의 BBK사건 등 민감한 현안을 수사하면서 정치권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2012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특수부 검사들의 좌장 격으로 이른바 ‘검란(檢亂)’ 사태의 중심에 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인천지검장으로서 유병언씨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지만 유씨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검거 실패 책임론이 일자 사표를 냈다. 최 수석 사의 표명 소식에 전국의 특수부 검사들이 모여 통음을 했을 정도로 검찰 내에서 영향력과 신망이 두터웠다. 검찰 ‘소방수’ ‘풍운아’ 등의 별칭이 있던 그는 사직하면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검찰의 전장을 돌고 돌다 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라는 글을 남겼다.

퇴임 후 개업을 했지만 특정 사건 수임보다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상담 자원봉사, 법무연수원 석좌교수 활동 등을 했다. 경남 산청 출생으로 대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사법연수원 17기로 전임 우병우 수석의 2년 선배다. 현직 시절 우 수석과 대척점에 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검찰 내 ‘우병우 사단’ 정비 작업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