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렸던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이 18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 곁을 떠난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도 자리를 지켰던 3인방은 결국 ‘최순실 게이트’라는 직격탄을 맞고 물러나게 됐다.
3인방은 19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통해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발을 디딘 후 한 번도 박 대통령 곁을 떠난 적이 없다. 3인방을 직접 보좌진으로 뽑은 인물은 박 대통령의 과거 비서실장 역할을 맡은 정윤회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인 체제였던 박 대통령 보좌진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춘상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뒤 이들 3명만 남게 됐다. 정 비서관은 박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 메시지 관리 및 일정 관리 등을 담당했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비서 출신인 안 비서관도 박 대통령의 각종 일정 등을 지근거리에서 챙겼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안살림을 맡았다.
한 친박(친박근혜) 인사는 30일 이런 오랜 인연을 거론하며 “최순실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여당 내에선 오랫동안 박 대통령의 수족 역할을 해온 3인방을 잘라내기는 쉽지 않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 곁에서 손발을 맞춰오던 이들이 본격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현 정부 출범 이후다. 급기야 2014년 11월 최순실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와 3인방 등 이른바 ‘십상시(十常侍)’가 비밀 모임을 가지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정씨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퇴진 요구를 받았던 3인방 역시 고비를 넘겼다. 박 대통령은 “3인방은 비서에 불과하다”거나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들을 신뢰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과 일정 등 청와대 문건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3인방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부 문건의 최종 수정자가 정 비서관의 아이디와 동일하다는 언론보도 이후 퇴진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이날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은 청와대 참모진 교체 인사 발표 후 춘추관을 방문, “반듯하게 일해보려고 했는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많이 힘써 달라”고 짤막한 당부로 퇴임 인사를 대신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떨어진 ‘문고리’… 朴 대통령 18년 인연 끝났다
입력 2016-10-30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