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했다. 또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부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도 교체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에 최재경(54) 전 인천지검장, 홍보수석에 배성례(58) 전 국회 대변인을 각각 내정했다. 후임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조정수석, 정무수석은 추후 임명하기로 했다.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이 들끓는 국민 여론 수습을 위한 1차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각계의 인적 쇄신 요구에 신속히 부응하기 위해 비서실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제기된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사표를 제출했다.
최재경 민정수석은 대검 수사기획관, 대검 중수부장, 전주·대구·인천지검장 등을 역임한 특수수사 분야 전문가다. 배성례 홍보수석은 KBS·SBS를 거쳐 국회 대변인을 지낸 홍보 전문가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추가 임명에 이어 황교안 국무총리 교체 등 순차적인 개각에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한 추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정 운영 전반의 획기적 개편에 대한 담화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야가 국무총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책임총리제’에 이어 ‘거국중립내각’까지 공식 촉구한 만큼 내각 체제 개편 결정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 총리 교체 시기는 박 대통령의 내각 체제 구상에 맞춰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런 시나리오로 현재의 ‘국정 마비’ 사태 수습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국민적 신뢰 회복은 쉽지 않다. 특히 야권은 최근 상황이 잘 짜인 청와대의 ‘대응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독대, 청와대 수석 전원 사표 제출, 최씨의 기습 귀국, 검찰 수사 등 일련의 상황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최근 2∼3일간 흐름을 보면 사건 관련 당사자들이 입을 맞춰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흐름이 있다”며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씨에게 31일 오후 3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남혁상 노용택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신임 비서실장·정책·정무수석은 추후 발표
입력 2016-10-31 04:00